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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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긴다이치 시리즈다. 이번엔 전작과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색이 강한 작품으로 시선을 끈 그가 그 색을 많이 지웠다. 그리고 예상을 깨고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을 섬에서 벗어나 도쿄로까지 확장했다.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작품해설에서 그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시공사에서 출간된 작품의 순서가 발표순이 아님도 알게 되었다. 뭐 작품의 발표순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니 읽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이 시리즈가 얼마나 계속 출간될지가 더 궁금할 뿐이다.

처음에 외딴섬 월금도가 나왔을 때만 하여도 모든 사건이 이곳에서 생길 줄 알았다. 또 어떤 전설이나 원한을 살인사건에 덧붙여 낼까 호기심을 자아냈다. 절세미녀의 등장과 여왕벌이란 단어와 모녀 2대에 걸쳐 저주받았다는 표현에서 전작들을 다시금 생각했다.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긴다이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다. 수상한 인물의 등장과 곧 등장하는 살인사건은 역시 변함없는 그의 스타일이란 생각을 굳게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앞으로 펼쳐질 살인사건의 서막일 뿐이다. 원한이나 전설은 사라지고 한 미인을 얻기 위한 남자들의 욕망과 긴 세월에 걸친 사랑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도모코. 월금도의 절세미녀다. 그녀의 어머니도 대단한 미녀인데 19년 전 한 사건 이후 병으로 앓다 죽었다. 도모코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작가는 그의 정체를 끝까지 숨긴다. 하지만 중반에 드러난다. 이 정체가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물론 아버지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그녀에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다만 19년 전 아버지의 죽음과 현재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이 하나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 연관성은 반전을 통해 드러난다. 뭐 후반으로 가면서 예상하게 되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 유일하게 범인을 맞춘 작품이 되었다. 드라마로 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를 제외하면 말이다.

긴다이치에게 사건을 의뢰한 인물은 도모코가 무사히 도쿄에 오길 바란다. 그녀를 찾아 월금도에 간 그는 도모코의 미모와 그녀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는 강한 연극적인 상황에 놀란다. 여기서 긴다이치는 약간 허술한 모습을 보여준다. 열다섯 소년이 알아챈 변장을 깨닫지 못하거나 사건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여기엔 도모코가 자신에게 온 협박장 등을 숨긴 탓도 있다. 뭐 사건이 꼬여야 살인이 벌어지고, 그 살인들을 통해 명탐정의 활약이 펼쳐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생각하고, 왜 협박범이 그녀를 목표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 그녀가 월금도로 돌아갈 것을 원했는지 생각하면 답은 예상보다 쉽게 나온다. 이 쉬움이 일본색과 전설과 교묘한 트릭을 작품 전체에서 지운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말이다.

그의 특징이 조금 희석되었지만 재미는 변함없다. 사실 조금 남겨두고 다음날 읽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이다. 멈출 수 없는 속도감이다. 역시 세이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예상한 범인이 맞을 것을 확신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여왕벌 도모코의 존재는 갈수록 강해진다. 도시로 나온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요기를 품어내고, 그 미모에 남자들이 끌리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니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 그 배우들이 누군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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