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도착의 론도>로 서술트릭에 대한 강한 인상을 준 작가다. 론도 시리즈가 그 후 큰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발간 순서로 보면 <실종자>가 가장 먼저인데 한국 출간 순으로는 <행방불명자>, <원죄자> 다음으로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시리즈가 실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덧붙여지고 새로운 구성과 모습을 지닌 사건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사건이 지닌 문제점까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글로 시작한다. 물론 이 앞에 르포문학임을 알리는 글이 있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편지부터다. 그는 가해자의 아버지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의 아버지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살아있는 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고 말하는 부모의 말을 뒤집고 그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말이다. 물론 이 말을 피해자 가족이 듣는다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그래서 편지 속에서 그 말을 은밀하게 전하고, 그 편지는 범인의 과거 삶을 하나씩 현실 속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한다.

조금 긴 편지가 끝난 후 한 여자의 실종이 바로 나온다. 결혼 퇴직을 위해 송별식을 한 그녀가 마지막 버스를 탄 후 실종된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도중 아는 목소리에 안도하는 순간 말이다. 그리고 유다의 아들이란 사람이 살짝 등장한다. 사이타마 현 구키 시에서 발생한 사건을 속보로 나오는 이발소를 배경으로. 이 남자와 하나의 실종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이제 범죄 르포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다카미네 류이치로와 그의 조수 간자키 유미코다. 

소설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A의 범죄와 흔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A는 흔히 미성년자 범죄자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소년A를 말한다. 작가는 여기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뒤섞고, 익명으로 불리는 소년A를 과거와 현재 속에서 그대로 혼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작업을 통해 독자는 약간의 혼란을 받게 되고, 소년A라는 익명성이 실제는 다르지만 무수히 동일한 인물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것이 작가가 원래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점점 어려지는 소년 강력범죄와 갱생이란 목적 사이에서 실명 발표에 대한 기준 설정으로 분위기가 흘러간다. 소년 범죄가 점점 더 과격하고 흉폭해지는 지금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구키 시에서 한 달 전 실종된 여성의 사체와 유다의 아들이란 메모가 발견되고, 백골로 변한 다른 시체와 같이 유다란 메모가 남겨진 사건이 발생한다. 백골의 신원은 15년 전 실종된 중학생 소녀와 연달아 행방불명된 두 여성이다. 유다와 유다의 아들이란 메모는 모방범죄의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두 여성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다. 15년 전 세 명과 현재의 세 명 실종이 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작가는 여기서 경찰을 배제하고, 르포 작가 다카미네 등을 등장시켜 과거와 현재 진행사항을 풀어낸다. 그 사이에 아버지의 편지로 하나의 과거사를 들려주고, 그 막간에 유다의 아들 독백을 삽입해 광기와 악의를 조금씩 흘려보낸다.

처음에 읽을 때는 혼란스러웠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앞의 소년A와 뒤의 소년A를 착각하면서 제대로 이야기의 윤곽을 잡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시선에서 풀어낸 감정들은 조금 낯설지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의 반항심과 경찰들의 유도심문은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유다와 유다의 아들이란 단어는 과거와의 연관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실제 윤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작품보다 행간에 많은 단서를 흘린 덕분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감정을 과도하게 삽입하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감정의 충돌로 이해한다고 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처음에 읽으면서 이 작품이 미미 여사의 걸작 <이유>를 연상시켰다. 소년범죄를 깊이 파고들어서 사회와 가족 역할의 관계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왜 이런 사건들이 생겼는지, 소년A가 지닌 익명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올 것을 예상했다. 물론 이것도 잠시 스쳐지나가듯이 다룬다. 하지만 작가는 소재로 사용하고 트릭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 재미는 줄지 모르지만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이 역시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00者 시리즈 계속해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재미도 있고, 실제 사건 속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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