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 보고서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2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사실 일본 드라마 <언페어>의 원작인 <추리소설>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유키히라의 지저분한 집안 모습이다. 시노하라 료코가 맡은 그 역할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 때문이지 연기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 드라마를 예전부터 즐겨보는 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미스터리 드라마에 가면 흥미를 잃곤 한다. 그렇게 많은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도 말이다. 물론 단편으로 완결되는 작품은 좋아한다. 다만 <언페어> 같이 원작을 10부작 정도를 만들 경우 그렇다.

이야기는 사건에 직접 뛰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의사와 소녀와 사신 이야기로 시작한다. 의사는 암에 걸린 환자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고, 소녀는 엄마의 두 번째 살인으로 변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사신은 의사 하야카와의 삶과 시간과 죽음을 다룬다. 이 프롤로그를 보면서 이들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곧 전작 <추리소설> 후에 벌어진 사건 해결 후 파티를 하는 경시청 수사1과로 돌아오면서 사라진다. 쓸데없이 아름답고 두 번의 살인으로 이름을 전 국민에게 알린 유키히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3개월 된 유아 납치사건이다. 보통 같으면 그녀가 갈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유아 납치사건으로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진정시키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 그녀가 발탁된 것이다. 물론 현장에 여형사가 있다. 하지만 그 여형사는 신참이다. 파티를 뒤로 하고 유키히라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너무나도 유명해진 그녀의 등장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비록 그것이 예상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게 피해 엄마를 만난 그녀의 행동은 매뉴얼을 벗어났다. 그 파격을 통해 그녀는 상대를 흔들고 감정 속에 묻혀 있던 사실 몇 가지를 끄집어낸다.

피해자 가메야마 후유미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연 3백만 엔 수입의 가난한 그녀다. 일반적인 유괴가 돈을 빼앗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혹시 가짜는 아닐까? 이런 의혹이 현장에서 생길 무렵 납치범에게 전화가 온다. 이제 본격적인 유아 납치사건으로 변한다. 그런데 이 범인 특이하다. 기존 납치범과 다르게 전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끊는다. 덕분에 현장의 일은 더 어려워진다. 상황에 변화가 없기에 형사들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이런 와중에도 유키히라는 움직인다. 전 남편을 찾아가고, 용의자를 하나씩 지워간다. 하지만 그녀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들키고 만다. 인터넷에 올려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롤로그에 나온 사신과 유아 납치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고민을 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납치범의 정체가 윤곽을 드러내지만 왜 이렇게 돈이 되지 않는 납치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그녀가 이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인터넷에 알려진 후 그는 노골적으로 유키히라와의 통화를 원한다. 이어지는 독백으로 범인은 쉽게 짐작이 되지만 아직 분명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읽으면서 어떤 식으로 이 범인에게 다가갈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 일련의 과정을 작가는 사실 정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게 하면서 유키히라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는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유키히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기존 공식을 깨트리는 동시에 약간은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교과서적인 형사지만 자신의 아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시간 속에서 점점 낯설어진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들이는 노력 등과 그녀의 딸을 생각하면 왠지 낯설다. 하지만 바로 이 낯설음이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과 이어지고, 새로운 연쇄살인이 드러난다. 이 속에 펼쳐지는 반전은 사실 감탄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삶의 어두운 부분을 보게 된다. 이 어둠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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