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살인자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단편들을 다른 곳에 만난 적이 있다. 장편 <인형의 정원>도 읽었다. 이전에는 그녀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아쉬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열 편의 단편추리소설은 다르다. 각각 다른 분위기와 인물을 등장시켜 몰입하게 만들고,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한국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겐 낯설지만 이미 그녀는 대단히 유명하다. 이 단편집으로 그녀를 좀더 주시하게 되었다.

표제작 <반가운 살인자>는 유오성이 주연한 영화로 더 유명하다. 이 영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이 단편추리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원작과 분명 다르게 이야기가 풀렸을 것이다. 살을 더 많이 붙이고, 결말도 약간 바꾸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살인자가 반가울 때는 언제일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죽였을 때, 살인자를 쫓는데 그를 만났을 때, 아니면 이 소설처럼 다른 사람 손에 죽기를 원할 때. 이렇게 소설은 의문을 품게 만들고, 아버지와 남편의 권위와 경제력을 상실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며 풀어낸다.

<반가운 살인자>와 함께 여운을 강하게 주는 두 작품이 있다. 이 세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숟가락 두 개>는 처음엔 손가락 두 개로 잘못 읽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점점 풀려나가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전과 13범과 벙어리 여자의 관계와 삶이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가슴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개의 숟가락이 의미하는 바와 형사의 의지와 의욕이 결합하여 보여주는 장면은 또 다른 아픔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경계선>은 한 왕따 학생의 심리와 시선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공격하거나 반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늘 상상에 멈추고, 학교 킹카 효리의 도움을 받은 후 우연히 본 낯설게 변신한 그녀를 조용히 따라다닌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두 죽음은 순간의 선택이나 실수가 어떤 위치에 우리를 놓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경계선에 선 두 남녀의 마지막 모습은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기도 한다.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과 <그녀만의 테크닉>은 이전에 읽은 듯하여 크게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고, <냄새 없애는 방법>은 우리가 자신하는 감각이 어느 순간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녀의 소설이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알려준다. <살인 협주곡>은 서로를 죽이려는 부부의 여행이 주는 긴장감이 왠지 모르게 뒤로 가면서 코믹하게 흘러간다. 블랙유머의 재미는 있지만 그 과정은 조금 아쉽다. <정글에 악마가 산다>는 과다한 욕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고,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되돌아보게 한다. 

<비밀을 묻다>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성이 눈길을 끌지만 너무 쉽게 결말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 결말보다 부자 남편의 죽음을 둘러싸고 퍼지는 소문과 질시가 더 흥미롭다. <거울 보는 남자>는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자신이 받았던 핍박을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사람과 무책임한 학설을 내놓은 학자의 대립이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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