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측천무후가 중국 유일의 여황제였기 때문인지 유명 작가들이 관심을 가진다. 샨사의 <측천무후>가 몇 년 전 번역되었는데 이번엔 쑤퉁이다. 최근 작품인가 하고 연보를 찾아보니 비교적 초기인 1993년 작품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진 신라 선덕여왕을 생각하면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왕이나 여황제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존재다. 물론 이 둘의 왕위 쟁탈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무측천에 대한 여러 가지 평을 생각하면서 쑤퉁은 어떤 점을 부각시켰을까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마 다음에 샨사의 작품을 읽고 남녀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무측천을 보게 되는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두 가지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나는 측천무후가 되기까지 과정과 그 후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그 사이에 그녀의 자식들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처음엔 재인 무조가 된 배경과 태종의 궁녀로 살다가 그의 죽음 후 어떻게 비구니로 전락했는지를 다룬다. 이후 새로운 황제의 황후와 소의 간의 다툼 속에 일개 소의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다졌는지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열정은 비정하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데 이것은 그녀가 천후가 되는 지름길이다. 권력을 완전히 잡은 후 여황으로 오른 그녀의 전횡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생생하게 살아있다. 하지만 쑤퉁은 그녀의 위대함보다 그녀가 풀어놓은 공포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그녀의 비정함과 무서움과 권력욕은 그녀의 아들들에 의해 잘 드러난다. 먼저 나오는 태자 홍은 천후였던 어머니에게 독살된다. 독살된 배경을 귀신이 된 그가 삶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면서 보여준다. 그는 꿈꾸던 당의 미래는 천후가 꿈꾸던 미래에 방해물이다. 자신의 딸마저 목 졸라 죽여 정치적으로 이용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녀에게 이런 행동은 큰 일이 아니다. 이후 태자 현을 거쳐 예종으로 이야기가 건너가면서 정적이나 신하의 시선이 아닌 아들이자 최대의 적인 당의 황자들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권력 주변에 풀어놓은 공포와 권력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따라 흘러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위대함이 아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어떻게 신하를 다스렸고, 그녀가 만들어놓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움직였는지 잘 알려준다. 이 모든 중심엔 여황이 되고 무 씨 왕조를 만들고자하는 의지와 욕망이다. 밀고와 부패와 공포와 고문은 그녀의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자신을 거스르는 존재는 아들마저도 거침없이 제거하는 그녀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욕망에 충실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보여준 행동들은 거대한 부패와 비리를 양산했지만 제국의 운영에 큰 부담을 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그 후 당의 역사를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천측무후를 말할 때 늘 나오는 남창들이 그녀를 비난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지만 늙은 재상이 그녀를 위대한 여황으로 평가하는 부분에선 약간 혼란스럽고 어느 부분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은 뺐다. 욕망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보면서 한 명의 소녀가 어떻게 위대한 여황으로 변신했는지 알게 된다. 그녀의 위대한 업적을 모르는 사람에겐 그 위대함이 낯설다. 고문과 학살과 밀고 등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여인의 욕망이 어떤 과정을 통해 드러나고 실현되는지 보는 것은 참혹한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흥미롭다. 남성 작가가 본 측천무후의 욕망과 여성 작가가 본 욕망이 어떤 차이와 비슷한 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그녀를 다룬 다른 작품을 읽고 다시 한 번 더 쑤투의 측천무후를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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