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떠나지 않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이세진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예상외의 재미를 누렸던 첫 작품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 그의 두 번째 소설을 만났다. 전작 <살았더라면>처럼 이번도 조건문을 내건 제목이다. 이 조건문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을 말한다. 이것은 옛날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하나처럼 선택받지 못한 또 다른 길에 대한 갈망이자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다.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 이런 의문들이 쌓여 밖으로 표출될 때 우리 과거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니엘과 장, 이 두 남자의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제롬. 그는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자살테러로 죽었다. 시체조차 온전하게 찾지 못할 정도의 처참한 죽음이다. 이 사랑스런 아들의 죽음은 한 가족을 절망과 끝없는 충격에 빠트린다. 특히 아버지 다니엘은 이 무저갱 같은 절망과 상실을 테러리스트에 대한 분노로 바꾼다. 이제 그의 삶은 테러를 지시했다고 추정되는 이슬람 종교지도자 셰이크 살인에 목표를 둔다. 살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교육도 받지 못한 그가 이것을 실행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 살인을 위한 준비과정과 심리묘사와 과거가 이야기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거리의 부랑자 장은 갑자기 납치된다. 누가 그를 납치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단지 10년 전 그가 죽인 이슬람 종교지도자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이 10년의 세월은 알코올 중독과 절망과 추락의 시간이었다. 죽음을 늘 생각하였지만 결코 실천할 자신이 없었던 그에게 이슬람 과격분자 같은 사람들의 납치는 조그마한 편안함을 줄 정도다. 중동에서 있었던 처형장면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그 같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그의 납치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이 형성된다.

다니엘과 장, 이 두 남자의 이야기가 교대로 펼쳐진다.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죽이고자 하는 대상에게 접근하려는 과정과 함께 펼쳐지는 다니엘의 과거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냥 보통의 건달이었던 그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후 어떻게 자신을 절제하고 변하고 성공하게 되었는지 추억과 회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 성공은 그에겐 성취감을, 가족에rps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 성공에 대한 욕망은 어느 순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를 잠시 잊게 만든다. 작가는 그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현재로 오면서 왜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사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장은 납치되어 비디오로 녹화된 후 주체적인 존재보다 대상으로 더 많이 다루어진다. 그의 현재 마음 상태를 다루고 있지만 이슬람 과격분자들에게 납치된 사실이 방송된 후 미디어와 관료들의 대응과 반응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미디어 방송의 대상이 되어 그의 존재가 여론 속에서 개인이 아닌 하나의 상징처럼 다루어진다. 이것은 테러리스트의 질문처럼 그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 장의 이야기는 점점 앵커 에릭 중심으로 옮겨간다. 이 중심 이동은 단순하게 이야기 거리가 없어 생긴 것이 아니라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의한 것이다.

‘떠나지 않았더라면’이란 가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든 이야기는 그가 떠났기 때문에 생겼다. 다니엘은 제롬의 복수를 위해 떠났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가 떠남으로 남아있던 아내와 또 다른 아들은 버림받고 큰 상처를 입는다. 만약 그가 이들마저 잃었다면 그의 선택에 대해 박수를 치거나 최소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는 자신의 분노와 복수심에 먹혀 가족을 버린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생각할 때 가장 올바른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셰이크가 중동에서 일어났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미군 등의 폭격에 의한 죽음을 말하는 순간 그 명분이 사라진다. 

잘 짜인 구성과 빠른 전개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면서 빠르게 읽힌다. 두 화자의 정체는 얼마 읽지 않아 쉽게 알게 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주제와 무게로 재미를 준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임에도 긴장감은 이어지고, 읽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읽게 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들이 과도한 설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제의식과 긴 여운을 남겨놓은 장면으로 사그라진다. 그리고 다시금 나에게 묻는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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