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21세기 첫 십 년의 저항을 기록한 만화다. 아니 만화란 표현으로 부족하다. 팸플릿이나 전단지나 벽화나 플래카드 등에 그려진 것을 모두 모아놓았다. 이 다양한 장르는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서 존재한다. 그것은 사람이다. 재난과 저항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그 나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그가 10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본 현실을 담아내었다. 익숙하거나 잘 알고 있는 사실도 많지만 언론에 의해 혹은 나의 무관심에 의해 몰랐던 사실들도 많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서 분노보다 한탄과 어두운 미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이 만화 첫 장면에서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문장에서 드러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런 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행동을 방송이나 언론에서 차단하고, 왜곡하는 현실이 벌어진다. 이런 현실이 나도 모르게 점점 긍정적인 생각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릴 지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도한 대로 변하고 있다.

모두 다섯 저항을 이야기한다. 유쾌 발칙하게, 독점 자본에, 전쟁에, 국가 폭력에, 공영주택 빼앗기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데 하나 하나가 놀라운 사실들의 나열로 경악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놀랍고 무시무시한 현실 속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의 활약과 노력에 다시 한 번 더 놀라고,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동시에 이 저항이나 재난들이 결코 다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 한국의 현실과 미래로 눈이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왜 외국의 사실들에서 한국 현실을 보게 될까? 먼저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있으면서 펼친 뉴타운 정책이다. 이 정책은 너무나도 미국의 공영주택 개발과 닮아 있다. 낙후되고 문제 있는 지역을 개발하여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고, 이 주택을 저소득층에게 공급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결국 이것은 건설업자들과 그들과 유착한 사람들만 좋은 일로 끝났다. 뉴욕이나 뉴올리언스의 공영주택 이야기는 바로 한국 뉴타운 이야기고, 용산 참사와 맞닿아 있다. 수많은 돈을 언론에 쏟아 부으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고 화려한 외양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저소득층의 비참한 삶과 현실은 가려지고 묵살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억압하는 모순과 부조리가 판을 친다. 사람들은 그들처럼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쫓겨난 그들에겐 관심조차 없다.

9.11 사태 후 미국은 변했다. 애국주의가 모든 것의 중심에 섰다. 이 엄청난 참사는 독점 자본에게 너무나도 매혹적인 일이다. 칼라일로 대변되는 사모펀드의 활약은 눈부시다. 정권은 복수를 부르짖고 거짓된 주장으로 이라크를 침공한다.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그 덕분에 국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진다. 예산이 그곳으로 돌려지면서 복지와 사회기반시설을 보수나 개선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국이란 감정에 휘둘려 젊은 군인들이 타국에서 죽어나가고, 그 전쟁으로 소수의 독점 자본가들은 거대한 부를 이룬다. 이 사건 왠지 최근에 벌어진 천안함 사태와 비슷한 모양이다. 전함이 침몰한 것을 두고 보수단체와 언론은 북침까지 말한다.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만약 전쟁을 주장하려면 40대 이상이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 전쟁을 결정하는 나이대가 바로 4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나가야 한다면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알고 있던 것 이상이다. 화려하게 포장된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은 팔레스타인과 베두인의 재난과 억압과 폭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이 펼칠 정책과 행동들은 너무나도 놀라 경악마저도 부족할 정도다. 그리고 석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지역의 문제들은 독점 자본과 독재자들의 유착으로 이어지고, 세계화의 이면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투박하고 거친 그림과 구성 속에 담겨 있는 내용도 역시 거칠다. 이 거칠고 사실적인 내용이 세련되고 화려한 독점 자본과 비교된다. 미국과 세계화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이 거부감 생기는 책을 읽어보라.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우리의 비겁한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알고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물론 지금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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