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오래전 영화로 먼저 본 소설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표작 중 한 편이다. 아직도 마지막 장면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었는데 원작의 이미지가 잘 살아있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상들이 가끔 원작 소설을 읽을 때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 소설은 약간 예외다. 사건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기보다 로즈메리의 심리에 더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 심리 묘사가 영화 속 리듬과 묘하게 연결된다. 그래서인지 몰입도가 더 높다.

로즈메리와 가이 우드하우스 부부는 이사하려고 한다. 이전부터 들어가려고 했던 브램퍼드는 빈자리가 나지 않아 다른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때 브램퍼드에서 연락이 온다. 이미 다른 아파트와 계약을 한 상태다. 하지만 이전부터 살고 싶었던 집이다. 그냥 구경이라도 한 번 가자고 로즈메리가 말한다. 더 좋은 시설의 아파트를 계약했지만 그녀는 이 집에 끌린다. 거짓말로 이전 집 계약을 해지하고 브램퍼드에 들어온다. 이 선택이 이 부부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우드하우스 부부가 들어간 집은 예전에 노부인이 죽었던 집이다. 이 아파트는 예전부터 좋지 않는 소문이 있다. 로즈메리의 아버지 같은 은인 허치가 이 소식을 듣고 놀란다. 이상한 소문들과 뉴스가 그를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과거 좋지 않는 뉴스 등을 이 부부에게 알려주지만 이미 푹 빠진 이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와 다름없다. 배우인 가이가 조금 더 성공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이런 여유와 상관없이 허치에게 들은 소문들은 로즈메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불안 속에 사귀었던 옆집 아가씨 테리가 어느 날 밤 자살을 한다. 무서움이 몸속으로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한다.

테리의 죽음 속에서 그녀를 돌보던 로만 부부를 만난다. 이 만남은 처음엔 그냥 이웃 간의 의례적인 것이었다. 옆집 할머니의 방문이 달갑지 않지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들인다. 이 초대가 그들이 선택한 두 번째 잘못이다. 가이도 처음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유쾌하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 끝내고 다음을 기약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가이는 로만과 친해지고 그 집과 왕래가 많아진다. 이 만남이 계속 이어진 것은 로만이 가진 인맥을 이용해 배우로서 성공하고픈 마음이 강한 가이의 욕심과 로만의 욕망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 결합이 단단해질수록 로즈메리의 삶은 더욱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잘 생기고 능력 있는 가이를 붙잡기 위해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던 로즈메리지만 가이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취한 밤 가이가 그녀를 탐한다. 그 상황을 그녀는 꿈처럼 느끼면서 받아들인다. 그 꿈속엔 가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로만 부부 외에 다른 입주자들도 같이 있다. 아주 음란하고 괴이한 장면이다. 아침에 눈을 뜬 그녀는 가이의 행동을 탓하지만 부부란 관계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바로 이 장면이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사건과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다. 

사실 이 이전까지가 사전포석이었다면 이후 임신한 것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의 임신과 산부인과 의사 소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이다. 이 상황을 그녀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삶은 더욱 고통스럽고 불안하다. 이 불안감은 고통과 함께 점점 자란다. 이 상황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일들에서도 사건, 사고가 생긴다. 가이의 경쟁자는 눈이 멀고, 가이는 승승장구한다. 임신한 그녀를 방문한 허치는 그녀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나오지 못한다. 전날 실신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뭔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이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의심을 싹 틔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친절한 의사와 이웃에 대해 의심을 품고, 불안이 점점 자라면서 삶은 위축된다. 허치의 죽음과 그가 남긴 책은 이런 불안을 사실로 만든다. 이런 심리 과정을 작가는 아주 뛰어나게 그려내면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책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악마주의가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로즈메리는 그 사실을 하나씩 밝혀낸다. 하지만 그녀를 촘촘히 싸고 있는 환경과 감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뒤로 가면서 그녀가 마주한 현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리고 과연 그녀의 아기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다시금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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