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열 개의 강의를 통해서 정의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의를 이리저리 뒤집고, 세 가지 항목에 초점을 맞춘다. 행복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이다. 이 셋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정의가 무엇인지 말한다.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정의가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공리주의, 자유주의 등의 각각 다른 시선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기존 인식을 뒤흔든다. 이 흔들림이 즐겁고 유익하다.

첫 장부터 그는 묻는다. 옳은 일하기에 대해서 말이다. 2004년 미국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덮치고, 많은 사람이 죽고 엄청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가격폭리 논쟁이 발생했는데 평소 2달러 얼음주머니가 10달러에 팔리고, 건설업자는 지붕을 덮친 두 그루의 나무를 치우는데 2만 3천 달러를 요구했다. 이런 엄청난 가격폭리는 결국 논쟁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리고 상이군인을 둘러싼 논쟁도 소개하는데 그것은 어느 정도 상처를 입어야 상이군인으로 등록되는가 하는 문제다. 최근 많아지고 있는 정신이상을 제외하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마지막 사례로 선택에 따라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질문한다. 

보통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쉽게 대답할 것이다. 가격폭리는 너무 심하고, 정신이상도 상이군인으로 등록되어야 하며, 한 사람의 목숨과 몇 사람의 목숨의 무게는 똑같다고 말이다. 이런 대답이 쉽게 나오는 것은 공식처럼 배운 바를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씩 반박 논리를 제시한다면 쉽게 그것을 다시 반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논리가 일관성을 가지고 다른 사례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사실 자신할 수 없다. 그것은 아직 나에게 정확한 철학이 정립되지 않았고, 정치적 이해도 같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옳은 일하기를 지나면 그 유명한 벤담의 공리주의를 살펴본다. 그것을 반박하면서 자유지상주의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징집과 고용이란 문제를 펼친다. 사실 한국의 상황에서 이 문제는 정말 민감하다. 하지만 미국 역사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은 인식의 폭을 우리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대리출산을 둘러싼 법해석과 논쟁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모성이 사라지고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한 살아있는 기계처럼 된 인도 여성들의 현실은 경악스럽다.

한때 너무나도 어렵게 읽은 칸트를 다시 만나면서 쉬운 몇 가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역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존 놀스의 평등 옹호를 만나게 되면서 나 자신의 입장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 속에서 현재의 나의 위치와 입장을 풀어낸 해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몇 가지 이론적인 허점으로 답을 내지 못한 것을 해결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가 존 놀스의 정의론을 비판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는 대목은 저자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소수집단우대정책과 선조들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배상 문제는 매킨타이어의 “‘나는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생각은 잘못이다.”(312쪽)란 말에서 왜 이것이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이것은 저자의 주장과 가장 가까운 입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행복을 극대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미덕을 추구하는 등의 여러 개념과 엮여 있다. 그리고 정의를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라고 한 대목에선 다시 올바른 가치 측정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를 제시한다. 독자에게 또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읽었던 정의를 복기하게 만든다. 

정의에 대한 질문과 의문을 번갈아 가면서 정의를 파헤치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가볍게 읽기는 조금 힘들지만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난 후 얻는 소득은 크다. 현실에서 실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편협하게 해석하려는 현실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정의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물음에 대한 사고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