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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기욤 뮈소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 두 편 있다. 첫 번째 소설과 가장 큰 흥행을 한 세 번째 소설 <구해줘>다. 물론 이 두 권도 가지고 있다. 이 둘을 빨리 읽지 않는 것은 역시 사놓은 책이란 것과 다음에 책읽기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위한 저축용이다. 하지만 언제 읽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쌓여있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아니 읽게 된다.
초기작이란 점이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나온 작품들이 조금 매너리즘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속도감과 재미를 주지만 반복적인 구성과 전개는 예측 가능한 결말로 다가가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예전부터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연속해서 읽다가 마주하는 문제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초기작을 읽지 않은 경우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신선함이 부족하다. 그의 작품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1972년 가을 한 소녀가 호수에 빠지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한 소년이 뛰어든다. 소녀를 구하지만 소년은 죽음의 상태에 이른다. 그리고 시간이 바뀐다. 그 당시 소년 네이선은 성인이 되었다. 그는 그 소녀 말로리와 결혼을 했고, 예쁜 아이를 낳았고, 자신의 일에 너무 빠졌고,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을 했다. 뉴욕의 성공한 M&A 기업 변호사가 된 네이선에게 이런 과거는 아픔이지만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아니 큰 아픔이지만 일로 이것을 잊고 살아가고자 한다. 이러다 한 의사가 그를 찾아온다. 그가 바로 가렛 굿리치다.
네이선은 그를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낯설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 의사의 갑작스런 방문은 성공을 향해 달리던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네이선의 삶은 변하고, 신비로우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처음 의사가 나타났을 때 뭐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려 다니는 네이선의 행동은 이런 의문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리고 그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보여준 능력은 그의 존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굿리치의 능력은 특별하다. 죽을 사람을 미리 아는 것이다. 저승사자의 예지력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 능력을 메신저라고 부른다. 처음 네이선이 이 능력을 보았을 때 부정하고, 의심하고, 분노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굿리치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다. 단지 죽을 사람을 미리 알 뿐이다. 운명 지어진 사람의 삶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 자신이 곧 죽는다는 것이다. 여기부터 이 소설은 본격적으로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네이선은 아내 말로리 집안 가정부의 아들이었다. 어린 아내의 생명을 구해주었지만 부유한 그녀의 부모는 딸이 그와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보기보다 그 집안을 더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관계는 굉장히 소원하다. 이런 과거는 네이선이 변호사가 되어 성공을 향해서만 달려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열정과 욕망이 오히려 사랑하는 아내와 멀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거기에 그들의 아들이 유아돌연사로 죽은 후에는 더욱 거리감이 생긴다. 그 후에 다른 환경과 사고 속에서 자란 두 부부는 충돌하고 헤어진다.
앞에 깔아놓은 이야기만 보아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질지 대충 알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배경을 단숨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드러내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굿리치의 등장, 그의 능력, 사람들의 죽음, 자신의 죽음, 사랑하는 아내, 과거의 사실들, 사건과 사고, 사랑의 회복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속도감 있으면서 매끄럽게 흘러간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장기를 마음대로 발휘하는데 그 속엔 사랑의 감정과 두려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모두 읽은 후 다시 한 번 역시 기욤 뮈소라고 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