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이 되라 -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
강신장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저자 이름을 보았을 때 sbs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강심장>이 생각났다. 어쩌다 케이블에서 조금 볼 뿐인 프로그램인데 이름이 유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나의 집중력과 관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이 가진 묘한 심리작용 때문이다. 거기에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취향을 덧붙이면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아마 그 이유를 말하라면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이란 문구에 혹한 탓일 것이다.

먼저 서문을 읽으면서 ‘오리진’을 “스스로 처음인 자, 게임의 룰을 정하는 자, 새 판을 짜는 자, 원조가 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12쪽)라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인 일본만화 <꼴지, 동경대 가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동경대를 가야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게임의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보아 넘길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삶의 주인이 되느냐, 아니면 평범하거나 지지부진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두 열 개의 장으로 나누어 오리진이 되는 방법을 설명한다. High Love, High Pain & Joy, High Time & Place, High Mix, High Concept, High Tough, High Soul, High Story, High Slow, High Action 등이다. High란 공통 단어를 제외하면 각 장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 단어만 남는다. 하지만 여기에 High란 단어를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강조를 위한 것도 조금 있지만 그 핵심 단어를 기존의 것과 확연히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 예로 Love와 High Love의 차이를 ‘애절함’의 차이로 본 것이다. 

사랑. 참 많이 나온다. 일에 대한 사랑은 너무 진부하다. 그런데 애절함을 넣으면서 분위기는 바뀐다. 견디기 어렵도록 애가 타는 마음이 남들은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게 하고, 나만의 오리진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마수걸이일 뿐이다. 그 다음 단계로 창조를 만드는 두 가지 원천으로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과 ‘기쁨을 보태는 힘’을 꼽는다. 여기서 아픔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불편함, 번거로움, 진짜 아픔을 모두 포괄한다. 그리고 기쁨은 즐겁고, 재미있고, 편리하고, 아름답고, 웃기는 등을 말한다. 확장된 단어 속에 담긴 뜻을 보는 순간 이 힘의 의미를 쉽게 깨닫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는 더 나아가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라고 말하고, 기존의 것을 뒤집고 섞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컨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하이터치를 ‘내가 먼저 주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먼저 주어야 할 것으로 웃음, 재미 그리고 약간의 야함과 역발상,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풀어주는 것들, 공감하고 행동할 의미와 명분, 꿈과 판타지 등을 꼽는다. 영감을 다룬 이야기 속에서 줄탁동시의 고사를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새롭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하이소울의 키워드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그까이꺼!’다. 한때 개콘의 유행어였던 것인데 ‘모든 불가능은 상상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193쪽)으로 해석한다. 그것은 기존의 것을 확 뒤집어엎는, 기존 가치를 전복하는 대단한 상상력을 꺼내는 정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울의 높이가 상상력의 높이를 결정한다고 한 부분에서 나의 높이는 어디에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이야기의 힘을 말하는 대목에선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뱀장수를 꼽았는데 어릴 때 그들의 이야기에 폭 빠진 경험이 있기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으로 느림을 선택했는데 이 속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가족, 내면 혹은 정신, 자연, 격의 없음, 작은 것, 인간미, 검약과 절제 등이다. 속도에 매몰되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관들을 되살렸다.

마지막 장에서 아홉 영감을 다시 구분하고 연결시키면서 마무리한다.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역시 몰입과 집중력이다. 이런 바탕이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세워진 성과 같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도 창조에 대한 열망만 있다면 누구나 오리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261쪽) 말에선 나는 장례식만 기다리는 존재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단숨에 읽었지만 저자의 바람처럼 곁에 두고 가끔씩 차분히 읽는다면 오리진의 길을 찾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