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무스 1 - 원숭이탑의 어릿광대
릴리 탈 지음, 문항심 옮김 / 양철북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먼저 표지가 시선을 끌었다. 책 소개를 보니 왕자가 적국의 광대가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광대 미무스, 그가 왕자란 말인가? 아니면 다른 인물이 있나? 소개 글에 나온 내용을 보면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표지와 광대 미무스에 빠져 읽기 시작했다. 그리곤 단숨에 빠졌다. 2권을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와 결말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광대들의 활약에 푹 빠졌다.

오랜 세월 다투었던 두 왕국이 화해를 맺기로 한다. 빈란트의 왕 테오도가 교활한 계략을 꾸민 것이다. 몽필 왕국의 필립 왕을 초대하고, 다시 배신자를 이용해 플로린 왕자마저 결혼으로 가장해 사로잡는다. 왕과 대신들은 지하 감옥 속으로 들어가고, 왕자는 미무스라는 광대의 제자로 보내진다. 이 시대의 광대는 그 누구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존재다. 그는 재주를 보여주고, 왕이 던져주는 조그마한 호의에 기대어 살아간다. 가장 높은 곳에 있던 플로린 왕자는 이제 가장 낮은 것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열두 살의 어린 왕자가 말이다.

왕자 플로린에서 꼬마광대 플로린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변한다. 왕실의 예절이나 격식은 사라지고, 광대가 익혀야 할 기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가 광대로 전락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부왕이 잡힌 모습을 보고 분노하고, 미무스와 말꼬리 잡기를 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 실력만으로 테오도 왕이 그를 광대로 만든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광대가 가장 낮은 취급을 받고, 남을 웃기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필립 왕에게 복수를 꿈꾸는 그에게 이 일은 정말 딱 맞는 탁월한 선택이다. 

한 나라의 왕자가 광대에게 맡겨졌다고 해도 금방 변하기는 무리다. 당나귀 귀와 방울을 달고 우스꽝스러운 외모로 움직여야 하는 역할에 만족할 리가 없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왕과 대신들을 구하려는 의지는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열두 살의 어린 광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고, 좁쌀죽은 양도 부족하여 늘 배가 고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그에게 도망갈 기회가 생긴다. 당연히 함정이다. 테오도 왕은 그가 도망가면 지하 감옥에 있는 부왕과 대신이 어떤 무시무시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협박한다. 이후 그의 활동 영역은 성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소설은 광대로 전락한 왕자 플로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배고픔과 현실 앞에 광대의 기예를 연마하고, 가슴 한 곳에 왕자의 긍지를 가지고 산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그로 하여금 광대로 살아가게 만든다. 하나 둘 씩 기예를 연마하고, 배고픔에 자기도 모르게 원수인 테오도 왕이 던져준 음식에 몸이 움직인다. 스승인 광대 미무스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지만 왕자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미무스의 도움이 없다면 그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더 쉽게 날아갈 수 있다. 현실을 마주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왕자 플로린은 성장한다.

광대 미무스. 그는 대단하다. 웃음 뒤에 어떤 슬픔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지만 뛰어난 재주와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플로린이 왕자에서 광대로 변하게 돕는 것도 그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특히 왕을 즐겁게 하기 위해 나간 곳에서 그가 보여주는 탁월한 연기와 풍자와 해학은 그 시대의 부패상과 삶의 단면을 아주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 자신이 풍자의 한계선을 결코 넘지 않으면서 좌중을 휘어잡고, 웃음으로 인도하는 장면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일생일대의 연기는 결코 평범한 광대가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소년의 성장 속에 시대의 모순과 부패를 풍자해서 같이 보여준다. 처음에 테오도 왕의 계략에 빠진 필립 왕의 행동에 약간 의문이 생겼지만 뒤로 가면서 단순히 하나의 설정으로 다가온다. 왕자 플로린에서 광대로 변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친구를 만나고, 광대로 살아가고,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재미있다. 큰 기대가 없었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속도감 있고,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하니 절판이다.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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