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리디 쌀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돼지코를 단 인물이 시가를 물고 있는데 그가 바로 끝내주는 회장님 토볼드다. 이 표지가 보여주듯이 햄버거 왕 토볼드는 욕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그가 신봉하는 신자유주의는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그의 탐욕은 끝이 없다. 이런 인물을 옆에서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전에 이런 인물이나 현실을 비난하고 욕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다. 그런데 현실의 빈곤함과 호기심에 항복한 화자가 회장님의 전기 작가로 취업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소설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목줄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이 표현을 사용하게 된 까닭을 애완작가로 전락한 화자가 보여준다. 화자의 관찰을 통해 드러나는 회장님의 삶은 화려한 외양뿐만 아니라 불면과 걱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그가 낮 시간동안 보여주는 강력하고 위협적인 생활에 쉽게 묻힌다. 이런 생활을 만나며 화자는 점점 변해간다. 처음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지만 삶은 윤택해지고 편안해지면서 사치와 향락이 주는 유혹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경멸과 모멸감으로 회장을 보던 시선은 어느 순간 그의 가벼운 손길과 권력에 사그라지면서 없어진다.

토볼드는 세계최고의 거부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윤과 매출 증대와 주가 등이다. 오죽하면 애완견 이름도 다운존스일까. 자신의 제국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그는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의 지배자로 올라가길 원한다. 이런 그의 욕망은 자신의 삶을 기록할 작가를 원하고, 화자는 그렇게 선택되었다. 그는 작가에게 메모할 것과 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말을 복음이라 칭한다. 이것은 그가 미국으로 오면서 마케팅의 원전으로 삼은 성경과도 관계가 있다. 한때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예수를 마케팅의 천재라고 한 적이 있는데 회장님도 예수에게 한 수 배운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복음은 성경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토볼드가 전하는 복음은 신자유주의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을 욕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칭송한다. 그의 저속한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가 가진 권력은 이를 참아내게 한다. 끝없는 욕망과 이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은 그 앞에 어떤 장애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만약 장애가 생기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한다. 이것은 자본이 지닌 속성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작가는 토볼드를 통해 현재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인물 속에는 수많은 자본주의 경영자의 모습이 섞여있다. 그래서 이 불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인물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된다.

부분적인 장면들만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으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한 소설인데 그것은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 나의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취향 차이인지 모르겠다. 회장의 수많은 말도 되지 않는 궤변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패스트푸드를 개발하면서 핵심으로 생각한 ‘버린다’는 것이다. 없애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그가 수많은 현자들이 말한 버려라는 말을 새롭게 해석한 것은 역시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윤곽을 잡지 못했듯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와 어머니의 이야기, 아내 씬디와의 관계, 천부적인 마케팅 능력,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집념과 행동, 과도한 탐욕에서 비롯한 불안과 불면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밤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복음들. 특히 그가 전하는 복음은 아마도 현재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말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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