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사모곡이다. 어머니와 아들로 맺은 42년간의 인연과 추억을 담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최근 작가의 많은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감정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성모와 예수에 대한 찬양이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떤 대목은 읽으면서 혹시 신앙고백서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어머니다.

작가의 글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와 싸우면서 산다. 특히 어릴 때는 더욱 그렇다. 왜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지,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지, 왜 나만 미워하는지, 왜 그렇게 다른 사람과 악착같이 싸우는지 등으로 어머니와 다툰다. 외출할 때 늙으신 어머니가 곱게 화장하는 모습도 예뻐 보이지 않고, 예쁘게 입지 않고 친구들 앞에 나타나는 것도 싫다. 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지도 얄밉고, 다른 부모처럼 맛있는 반찬을 싸주지 않아서 점심 도시락이 부끄럽다. 이런 수많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지만 어느 순간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쌓였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다.

현실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지만 우리는 대부분 또 싸우고 미워하고 싸우고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이런 일상의 반복이 삶이기에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싸움과 미움이 어느 순간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리워지는 순간도 생긴다. 그 순간이 바로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다. 이 상실감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을 마구 흔들어놓는다. 이런 감정들과 추억들은 그리움과 사랑으로 우릴 가득 채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수많은 말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움, 부끄러움, 추억, 사랑, 기억, 신앙, 기도 등이 그것들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일본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듣고 장례를 치루고 다시 일본에 일 때문에 돌아간 후까지의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천주교 신자의 입장에서 하나씩 연결하면서 풀어낸 것이다. 여기엔 어머니와 성모가 묘하게 겹쳐서 다가오는 대목이 여럿 있다. 물론 성모나 성녀의 반열에 그의 어머니가 놓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어머니가 그들 못지않은 존재다.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그가 풀어낸 어머니의 위대함과 사랑은 가슴 깊이 파고든다.

사실 아직 미혼인 내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기는 무리가 있다. 경험하지 못한 자의 피상적인 감정들이 더 많다. 이미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있는 부분도 많지만 현실에선 그 사랑보다 나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한살한살 먹어감에 따라 좀더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작가가 아버지 산소에서 어머니에게 한 행동이나 말들은 실제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를 낳고 키워주고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다툰 그 수많은 일들로 어느 순간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자 삶이다.

이 책에서 만난 작가의 어머니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이미 다른 책에서 본 이야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글을 쓴 것이 요즘엔 이해된다. 어릴 때 우리와 가장 많은 시간은 보낸 분이 바로 어머니고,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부은 분이 어머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신앙고백서 같은 분위기의 글들은 비신자에겐 과장된 표현처럼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차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일부만 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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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