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참혹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낙태된 태아가 난도질된 자신의 몸을 가장 먼저 본다. 이 참혹한 모습을 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태아령이 본 미래의 묵시론적 세계다. 그 미래의 삶과 현실은 너무나도 기계적이고 무감각해서 인간들이 사는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쓰레기와 폐기물로 대변되고, 또 그렇게 처리되는 모습은 비록 작가가 만들어낸 장면들이라 할지라도 너무나도 참혹하고 잔인하다. 지옥의 삶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현실에서 시작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은 현실이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을 부르는 고유명사는 사라지고 숫자로만 불리는 현실에서 감정은 사라지고 효율과 효과만을 따지는 사회로의 변모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수와 진과 251004231111 일명 육순이 등이 그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이들의 과거와 현실은 이 세계의 변천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거의 뿌리를 용산 참사로 삼은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태아령이 자신의 난도질된 몸을 본 것보다 더 참혹한 장면은 분리수거 된 늙은이들인 ‘60세들’이 적재함에 실려 이동되고 분류되는 장면들이다. 처음 이 장면을 읽을 때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쓰레기 분리수거의 모습을 연상했다. 타는 것, 타지 않는 것, 재활용 되는 것, 되지 않는 것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선 무기물이 아닌 60세들이라고 불리는 노인들이 그 대상이다. 이들을 폐기물 분류법에 따라 매립할 것과 소각할 것, 삶아 처리할 것과 수출해야 할 것으로 구분하는데 처음엔 그냥 무심코 읽었다. 뒤에 가서 실제 현장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그 끔찍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런 일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가능한가 하고 말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장면들이 역사 속에 실재 존재했다는 사실이 금망 떠오른다. 그 유명한 독일의 홀로코스트나 일본군의 731부대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 미래의 끔찍한 사회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에도 비슷하거나 똑같은 현실이 있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는데 작가가 이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현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를 되짚어가는데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 진, 육손이 등은 피지배자들의 삶을 대변하는 존재들이다. 그 외 인물들이라곤 지도 그룹의 회원들인데 이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 욕망에 충실하고, 싸우고, 아부하는 존재들이다.

수, 그녀는 자연스럽게 늙은 존재다. 분리수거 되어 폐기처분되길 바란다. 예전에 한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데 분리수거를 검사하던 곳에서 자신의 아들 같은 육손이 즉 251004231111을 만난다. 잠시 모성애가 생기지만 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 감정은 옛 사랑에 자리를 빼앗긴다. 진, 그는 아동 배우로 시작하여 늙지 않는 존재로 살아왔다. 약물에 의해 평생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지도 그룹에 의해 디저트로 불리는 그지만 그 삶 속엔 언제나 수가 있다. 251004231111, 그는 태어날 때부터 육손이다. 이 불구의 몸을 생존을 위해 가꾸어야만 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순응이고 적응이었다. 그에게 감상은 감정의 사치고 낭비다. 그는 바로 현실의 인간들이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반면에 수와 진은 인간의 감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사람들, 인구 구조가 늙은이들이 늘어남으로서 사회문제가 되는 사회, 인간의 감정은 사라지고 경쟁과 효율과 효과만 강조되는 사회, 현실은 왜곡되고 지배자의 의도만 그대로 발표되는 사회, 시인이라는 지배자가 이름 붙이는 대로 그 의미가 굳어지는 사회, 이 묵시론적 미래 사회는 바로 우리의 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시작점을 용산 참사로 둔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읽기 힘들었던 장면들이 뒤로 가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점점 가슴이 아려온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지배자, 시민, 쓰레기로 불리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가슴 깊숙이 이 현실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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