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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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에서 마녀재판이 있었다. 20명이 넘는 사람이 마녀로 지목당하고 처형당했다. 유럽의 종교재판이 벌어지던 시기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지만 신대륙으로 불리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작가는 바로 이 다양한 해석과 그 시대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마녀에 대해 새롭고 신선한 해석을 보여준다.

박사과정 시험에 합격한 코니에게 어느 날 엄마의 부탁 전화가 온다. 그것은 외할머니의 집을 수선해서 팔아 체납된 세금을 납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매사추세츠 주 마블헤드로 온다. 18세기 낡은 집은 먼지 가득하고 온갖 잡초와 풀들로 가득하다. 그곳에선 낯설고 신비한 경험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집안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말이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한 여자의 이름은 놀랍고 신비로운 세계로 그녀를 인도한다.

코니가 발견한 이름은 딜리버런스 데인이다. 낡은 성경 속에서 발견한 이름인데 앞으로 펼쳐질 조사와 연구는 모두 여기서 시작한다.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필연적인 만남이다. 그리고 17세기 말 세일럼으로 돌아가 데인의 과거를 보여준다. 이 과정은 서로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코니의 조사와 맞물려 있다. 처음엔 그냥 보통의 호기심이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박사 학위를 위한 논문 자료로 발전하다. 여기에 지도교수 매닝 칠튼이 은근히 그녀가 조사를 계속할 것을 요구한다. 어느 정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작가는 데인의 과거에 다가가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다. 더딘 진행 속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자 연인으로 발전하는 샘을 만나게 하고, 그녀 주변에 환상 같은 장면들을 펼쳐 보여준다. 딜리버런스 데인의 흔적을 쫓아가지만 쉽게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발견하는 단서 하나는 그녀가 파문당했다는 것이다. 이 파문을 그녀는 마녀재판으로 연결하지만 자료가 없다. 힘겹게 찾은 그녀가 남긴 재산 목록 속에서 영수증이란 단어가 그녀의 눈길을 끈다. 영수증이 성경과 비슷한 가격이다. 의문을 품는다. 번뜩하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간다. 혹시 레시피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조사가 이어지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밝혀지는 것은 현대적 의미의 마녀가 아니다. 작가는 그 시대 사람의 시선에서 마녀를 재현해내었다. 물론 그 해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르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사람이 떠오른다. 그리고 왜 칠튼 교수가 그렇게 그녀를 닦달했는지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어렵고 복잡하게 처리하기보다 편안하게 펼쳐 보여주면서 빠르게 진행한다.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과 과거의 사실들은 뒤로 가면서 속도감이 붙고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게 만든다. 대단한 흡입력이다. 그리고 연금술에 대한 독특한 해석은 신선하다.

단순히 마녀재판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는 소설이었다면 어쩌면 조금 진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궤도를 따라가기보다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여 재미있게 구성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그 시대를 충실히 재현하는 동시에 허구를 사실 속에 살짝 집어넣어 현실성과 사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마법에 대한 호기심과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상한 결말이 과연 맞는지 알고 싶게 한다. 역사와 환상과 스릴러를 잘 버무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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