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테헤란이란 지명은 서울 강남에 있는 테헤란로 때문에 낯익다. 하지만 정작 테헤란이 어느 나라의 도시인가 하고 묻는다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는 이란의 수도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각 나라 수도에 무지한 탓도 있지만 중동이란 지역을 미국적 시선에서 주로 본 탓이다. 이 말은 중동을 간접 경험하는 일 대부분이 미국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거기에 중동 작가의 소설을 접할 일이 많지 않고, 출판된 작가들의 작품도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니 제3자의 시선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비록 그가 그곳 태생이었다 하여도 말이다.

1974년 겨울 테헤란의 루즈베 정신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군가의 읊조림에 깨어난다. 낯설고 격정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시간은 1973년 여름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루즈베 정신병원이 현재라면 1973년 여름 테헤란은 과거다. 이 두 시간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이 시간은 만난다. 이 만남은 왜 정신병원이란 공간에서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한 소년의 가장 찬란했지만 가슴 아팠던 과거를 펼쳐 보여준다. 

파샤. 그는 옆집 연상의 여인 자리를 사랑한다. 자리는 닥터로 불리는 대학생과 약혼한 상태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여자를 좋아하는 그는 닥터도 좋아한다. 이 감정의 모순 때문에 고민한다. 70년대 테헤란에서 이런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약혼자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슬람의 전통이 남아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이런 그에게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다. 아메드다. 그도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다. 파히메다. 하지만 그는 용기 있다. 파히메가 약혼을 했다고 하자 그 집에 찾아가 사랑한다고 고백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 오빠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지만 말이다.

이 둘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하나의 축으로 진행된다면 그 시대의 공포가 또 다른 축이다. 친미 독재 정권인 팔레비 왕조가 비밀경찰 사바크를 앞세워 반정부활동을 철저하게 탄압하던 시기다. 마르크스 서적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18년을 감금되고, 반정부활동은 광장에서 사형 집행될 정도다. 이런 공포는 일상생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그마한 사건만 생겨도 사람들은 움츠려들고,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진다. 만약 총살당했다면 시신을 찾기 위해 총알 값을 지급해야 할 정도라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기다.

아무리 공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순수함은 변함없다. 사랑에 목숨을 걸려는 열정이 샘솟고, 친구의 우정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쉽게 떠날 수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가슴속에 조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파샤의 아버지가 그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진 토목기술을 배워와 조국의 도로를 만들고 성공하길 바란다. 힘든 정치 현실이 가득한 곳이지만 가족이 사는 곳이기에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다. 

사랑과 정치 현실을 교차하고 엮어서 진행한다. 무거운 현실에서 재치와 유머로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인물은 아메드다.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서 힘겨워하는 인물은 파샤다. 하지만 이 두 소년이 우정과 사랑을 경험하면서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읽는 동안 저절로 감정이입 되게 만든다. 서로의 연인과 함께 하면서 보낸 시간들은 젊은 날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에 닥터의 존재는 무겁고 무서운 현실을 대변한다. 독재정치를 조금이라도 깨트리고자 한 그의 노력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 발생한 파샤의 실수는 그의 약혼녀인 자리에 대한 사랑과 엮이면서 복잡해진다. 이것도 또한 그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가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연출했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청춘들의 사랑과 그 시대의 정치현실을 다루면서 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빠르게 읽히면서 그 시대의 풍경과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 여름 밤의 열기를 식히기 올라가서 자는 테헤란의 지붕은 어쩌면 그 시대 청춘들의 열기를 식혀주는 동시에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내는지 모른다. 그 지붕 위에서 밤하늘 별들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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