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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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중국 소설을 자주 읽게 된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한국의 근대와 현대 삶을 본다. 도시에선 현대인의 삶을, 시골에선 근대화 이전의 삶을 말이다. 이것은 중국이 급속하게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두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탓도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은연중에 계속되던 전통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통의 가치관과 현대의 가치관이 충돌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작가는 바로 여기에 시선을 두고, 남녀의 사랑과 결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어릴 때 결혼은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이 세상의 시선과 힘겨움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알고자 하는 마음조차 없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자신들만 쳐다본 것은 당연하다. 자기들의 사랑만 있으면 모든 고난과 어려움을 가볍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제일 먼저 문제되는 경제력부터 시작하여 두 집안 문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그들이 두 집안을 떠나 둘만 살아간다면 가족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가족을 떠나서 생활할 수 없고, 그 가족들에게 묶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도시여자 샤오시와 시골남자 젠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자는 아니지만 지식인 가족인 샤오시의 어머니가 젠궈와의 결혼을 반대한 것은 두 집안의 차이 때문이다. 경제력 문제도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사랑에 불탔던 두 연인에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둘은 결혼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그것은 바로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충돌하면서부터다. 도시여자 샤오시를 자신들의 문화 속에 넣고 부리고자 했던 시골남자 젠궈의 아버지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샤오시가 이성을 앞세워 논리의 허울을 지닌 감정을 내세운다면 젠궈는 체면으로 대변되는 감정을 앞세운다. 둘만의 결혼임을 상기시키고, 젠궈의 고향에 가지 않으려는 그녀와 결혼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녀를 데리고 가서 그 동네 사람에게 체면을 세우려는 젠궈가 충돌한다. 결국 그녀가 그곳에 가지만 유산이란 나쁜 결과만 나을 뿐이다. 이후 이 둘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그러다 다시 임신을 하지만 역시 유산된다. 이 사고와 젠궈 아버지의 무리한 요구는 부부를 싸우고 대립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 감정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 부부가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에서 괴로워하고 충돌한다면 그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은 바로 젠궈의 아버지다. 두 아들 중 한 명만 대학에 보냈고, 나머지 한 명이 고생한 것을 기억하는 그가 선택한 것은 대학 간 아들에게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 보상을 통해 젠궈의 형에게 보상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갈등과 오해와 충돌이 생긴다. 자신들의 경제 능력을 초과하는 요구도 받아들이는 젠궈의 모습에 아내가 화났다. 젠궈는 이성적 판단보다 순순히 예 라고 말하면서 순응하는 길을 선택한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형 대신 대학에 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가 뒤에 밝히는 사실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하였고, 그가 아직도 전통적 가치관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젠궈의 아버지가 샤오시의 어머니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보여주는 무례함은 호가호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장면은 나중에 젠궈의 형 취직과 관련하여 형의 상사에게 보여주는 비굴한 모습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후반으로 가면서 아버지가 보여주는 걱정과 근심은 강한 부정을 보여주는데 이 속엔 이기적인 마음이 강하게 깔려있다. 이것은 또한 샤오시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이성적인 판단과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그 또한 아들 샤오항이 젠자와 결혼하겠다고 할 때 보여준 반대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아버지임을 드러낸다. 이성과 논리가 자신의 유리함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 샤오시와 젠궈, 대부호의 애인이었던 젠자와 연하남 샤오항, 젠자를 못 잊는 류카이루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모습은 결혼이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두 집안의 문제인 동시에 두 문화의 충돌임을 보여준다. 하나가 오면 다른 하나가 가야 하는 계산적인 모습이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물론 젠궈의 아버지처럼 터무니없는 것 같은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근대와 현대가 그대로 표현된 듯한 모습에선 추억이 떠오르고, 결혼이 환상이 아닌 현실임을 돌아보게 된다.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닌 이 소설 속에서 결혼과 사랑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잘 알려준다. 혹시 주변에 이런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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