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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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것일까? 1995년 그해 여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이다. 보통의 첫사랑이 아닌 위대한 첫사랑이다. 하지만 남자는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고,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 남아야했다. 그 당시는 이메일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다. 국제전화와 편지로 사랑을 속삭이지만 현실의 벽은 연락의 간격을 뜸하게 만들 뿐이다. 사랑의 불안에 휩싸인 남자 마르탱이 열심히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돈을 모은다. 그 목적은 그녀 가브리엘을 뉴욕에서 만나기 위해서다. 그들을 처음 이어준 편지처럼 이번에도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비행기표를 동봉해서 말이다. 뉴욕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하지만 오지 않는다. 이렇게 이들은 헤어진다.

13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마르탱은 경찰이 되어 유명한 명화 도둑을 잡으려고 한다. 그 도둑은 아키볼드다. 수많은 명화를 훔쳤지만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다. 마르탱은 그의 기록을 조사하던 중 화가의 기일에 맞춰 훔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오르세 미술관으로 침투하는 그를 발견한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그런데 그는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다. 그가 고흐의 자화상을 훔쳐 달아나자 그를 뒤쫓는다. 다리 위에서 그를 체포하려고 한다. 아키볼드는 그림을 강으로 던진다. 그림이냐 도둑이냐를 선택하라는 신호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강으로 몸을 던지고 도둑은 유유히 사라진다. 하지만 그 그림은 진품이 아니다. 도둑에게 속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마르탱은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에서 좌천된다. 하지만 아키볼드에 대한 집념은 광기처럼 치닫는다. 그가 아키볼드를 조사하고 뒤좇는 것처럼 아키볼드 또한 그를 조사하고 파헤친다. 그가 대단한 형사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오르세 미술관 사건 전부터 그를 조사했다. 그것은 그가 바로 그의 딸 가브리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두 남자는 한 여자를 통해 이어지고, 무대는 파리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겨간다. 그리고 두 남자의 숙명적이고 치명적인 대결과 함께 사랑의 위대한 힘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 또한 전작처럼 속도감이 대단하다. 영화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고, 사랑은 두 남녀 사이에서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다. 초반에 설정을 보면 좀더 복잡한 구성이 될 것 같은데도 뒤로 가면 관계는 간단해지고 주요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에 더 집중한다. 이런 집중이 속도감을 더 높인다. 하지만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작가가 깔아놓은 설정과 전개들이 왠지 과장되고 중복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전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마르탱에 많은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가브리엘의 느낌이 약하다. 사랑이 이기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이기적이고 운명적이다. 

도둑과 경찰의 대결에서 왜 13년 전 그녀가 오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으로 넘어가는 순간 사랑은 자신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하루의 기다림으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마르탱이나 왜 다시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가브리엘을 보면서 그런 느낌은 더 강해진다. 이 불화가 화해로 이어지는 것은 그 사랑이 너무나도 강하기 때문이겠지만 배신으로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설정은 너무나도 과장되고 기적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기적을 위한 설정은 너무 심하다. 13년 전 일을 위한 좋은 변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키볼드를 생각하면 너무 갑작스럽고 충동적이다. 

변함없는 속도감, 영화 같은 장면들의 연속 등 작가의 특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과거의 비밀과 경찰과 도둑의 대결 구도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맛보게 한다. 하지만 이런 구성들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것은 사랑이다. 첫사랑이자 언제나 마지막 사랑 말이다. 이 사랑을 위해서 현실 문제나 장애요소는 간단하게 생략된다. 왠지 모르게 작가가 자신의 틀 속에 갇혀 비슷한 형식과 이야기를 그대로 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직 읽지 않는 초기작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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