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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
리처드 르뮤 지음, 김화경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따뜻하고 솔직한 이야기다. 사업 실패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된 지은이의 실제 경험을 담고 있다. 그의 글 속에서 만나는 노숙자들은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의 장막이 치워져 있다. 그는 알콜 중독자도 마약 중독자로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사람들 속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것을 볼 때는 괜히 부끄러워진다. 매일 잠들면서 조용히 자신을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달라고 기도를 한다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게 된다.
리처드는 노숙자가 되기 전 잘 나가던 출판사의 사장이었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아내와 유럽 여행을 다닐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패는 그에게서 가족도 친구도 모두 빼앗아 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망한 그를 대하는 친구와 가족들의 모습이다. 단편적인 상황만 나오다 보니 왜 그들이 그렇게 대응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매몰차고 냉정하게 그를 몰아내는 장면을 보면서 삶의 씁쓸한 한 단면을 보게 된다.
가진 자들이 그가 자신들의 세계로 들어와서 피해줄 것을 두려워한 반면에 노숙자들과 노숙자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는 곳은 다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이 어느 정도 특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굶주림으로 힘들어하는 그를 돕는데 큰 힘이 된다. 특히 C로 불리는 거리의 철학자는 리처드가 노숙생활을 하는데 엄청난 도움을 준다. 그를 통해 굶주린 배를 채우고, 차를 몰 가스비를 충당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다. 그리고 구세군 급식소를 말하는 샐리네는 수많은 노숙자들의 배를 채워주고, 그들끼리 삶을 이어주며 정보를 교환하게 만들고,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샐리네에서 만난 노숙자 중에 몇몇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고, 어떤 사람은 화재현장에서 동료를 잃고 방황을 한다. 마약에 찌든 사람도, 술에 중독된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모두 온순한 양처럼 밥을 먹고, 감사하고, 하루를 이어간다. 쓰레기를 뒤져 거기에서 나온 물건을 팔아 술이나 음식 등을 사고,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 이 돈을 술을 사서 현실의 힘겨움을 벗어나려는 사람도 있지만 리처드는 먹고 쉬고 움직일 비용을 원할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또한 수많은 노숙자들과 같이 잘못된 시선으로 본다. 그가 가스비를 위해 5달러를 구걸할 때 그의 가장 중요한 동료인 윌로우를 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가 리처드를 바라보고 말하는 그 방식은 바로 우리가 노숙자를 바라보는 그것과 결코 많이 다르지 않다.
흔히 노숙자는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로 모두 치부해버린다. 물론 그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면, 일자리까지 갈 버스비가 없다면, 겨우 시간당 몇 불 받는 것으로 쉴 곳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떨까? 예전에 새벽 인력시장의 풍경을 테레비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일을 위해 새벽부터 나오지만 사람을 태우고 가는 숫자는 늘 부족하다. 재수 좋게 오늘 타고 간다고 해도 내일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린 흔히 일할 생각을 않는다고 말하고 그들을 무시한다.
부자와 정치인들이 외면한 현실의 어두움을 직시하고 그들을 도우려고 실천하는 신자들과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것도 나누려는 노숙자를 볼 때 아주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를 보게 된다. 가난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돈을 털어 하룻밤의 평화로운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교회에 그를 기거하게 만들면서 러처드가 글을 쓰게 만드는 장면을 보면 거리 곳곳에 가득한 천사들을 보는 것 같다. 지독한 감기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아마 리처드가 만난 수많은 천사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