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매력적인 제목이다. 조선을 만든 사람들이라니. 정확하게는 조선왕조의 건국에서부터 조선 후기까지 조선 역사의 방향을 바꾼 7가지 역사적 전환점을 다룬다. 그 시대의 대표 두 사람을 등장시켜 각각의 입장과 노선을 보여주면서 대결시킨다. 기획만 따지고 본다면 성공이다. 라이벌 열전은 늘 사람들을 흥미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5백년 속에 나오는 낯익은 열네 명의 인물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제목과 가장 가까운 두 인물은 역시 정도전과 이방원이다. 왕권과 신권의 대결이자 향후 왕조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방원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정도전이 세운 기반은 굳건하게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초기 역사에서 이 둘을 제외한다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니 당연한 등장이다. 다음으로 등장한 인물들은 조광조와 남곤이다.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결이란 점에서 뿌리 깊은 정쟁의 시작이라고 하였는데 이후 역사가 사림파 사이의 대결임을 생각하면 사람의 정계 진출 쪽에 더 비중을 두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릴 때 생각한 조광조의 이미지가 지금은 조금 다르게 다가와 변하는 나에게 놀라기도 한다. 이황과 조식을 등장시킨 것은 이후 그들의 후예가 펼친 당쟁 때문일 것이다. 조선 중기 두 거두의 모습에 경애를 표하지만 약간은 인물 열전 같은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이와 유성룡이다. 임란 전후 가장 중요한 정치인들이지만 이런 대결 구도 속에 들어올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급진파와 중도파란 관점으로 이 둘을 보기엔 너무 도식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최명길과 김상헌으로 넘어오면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을 주화와 척화로 나누는데 이미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들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면 광해군과 그들의 쿠데타가 더 중요하다. 송시열과 윤휴 이야기는 어찌 보면 참으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싸움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와 사상적 기반을 생각하면 정말 무시무시하다. 주자 교조주의자 송시열에 대한 비판이야 이덕일의 책에 잘 나와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약용 대 심환지와 노론 벽파를 등장시켰다. 정약용에 비해 심환지의 무게가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무리한 설정이기 때문일까?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당대에 정약용이 끼친 영향력이 그다지 커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그의 등장 또한 의문이다. 물론 후대에 그의 그림자는 짖게 드리워져 있다. 흥미로운 구도와 진행이다. 아마 많이 말해지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대결구도를 만든 듯하다. 저자도 말했듯이 짧은 기간 안에 쓴 글이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 기획은 좋았으나 그 내용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 꼴이다. 이것은 나의 입장이고, 조선사에 입문하는 사람에겐 흥미로울 것이다. 낯익은 이름과 대결구도가 약간 따분할 수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조선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왕들이 빠지고, 신권과 왕권의 대결을 제외한다면 부족한 부분들이 더 많아질 뿐이다. 이 책의 몇몇 장은 왕과 신하의 대결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