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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존 딕슨 카로 불리는 폴 알테르의 1987년 작품이다. 이런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모르지만 소설 속 인물이 존 딕슨 카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다. 밀실살인하면 역시 카가 아닌가! 여기에 작가는 심령술과 탈출마술과 광기 등을 집어넣어 낯익은 듯하지만 다른 밀실살인사건을 멋지게 만들어내었다.
1950년대 영국 옥스퍼드 교외 마을이 배경이다. 전후 얼마 되지 않아서 사업가 빅터 단리의 아내가 다락방에서 손을 난자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닫힌 문들과 누구도 오갈 수 없는 상황을 미루어 경찰은 자살사건으로 규정한다. 그 후 빅터의 사업은 기울고, 그는 집에 세를 얻어 사람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떠나간다. 그것은 그 집 다락방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고, 밤에 발자국 소리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풍기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이런 환경 속 마을에서 관찰자이자 화자다.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스와 절친한 친구 헨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자존심과 주저함으로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 둘은 제임스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청춘소설 같은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헨리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곧 래티머 부부가 단리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 분위기는 바뀐다. 이 부부는 그 집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사를 왔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
래티머 부부 중 아내 앨리스는 영매의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어느 날 밤 모두가 헨리의 아버지 아서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다. 여기서 앨리스가 아서에게 자신의 재능이 한 번 발휘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난처럼 아서에게 메모를 한 후 자신이 유령을 불러서 그것을 확인하겠다고 제안한다. 정전이 되고, 그녀는 밀봉된 편지 속 문장을 정확하게 말한다. 모두가 놀란다. 진짜 그녀는 영매의 능력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점점 자란다. 그러다 아서가 죽기 직전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헨리가 동시에 사라진다. 사람들은 헨리가 범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회복한 아서는 누군가 사람을 매고 간 것과 자신을 친 것을 기억하지만 범인이 누군지는 모른다. 과연 헨리가 범인일까? 그럼 왜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을까?
헨리는 마술을 좋아하는 젊은이다. 실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그에 대한 의심만 더 키울 뿐이다. 평화롭지만 유령이 등장하는 집이 있는 이곳에서 그의 존재는 평범 속에 이상한 존재다. 또 그가 사라질 당시 동시에 두 곳에서 본 사람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제임스고, 다른 한 명은 앨리스다. 과연 이 둘은 모두 헨리를 본 것일까? 여기에 또 다른 트릭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시간을 흘러가고,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평범하게 시작하여 초자연적인 현상을 거친 후 전설적인 탈출마술사 후디니 이야기로 색다른 방향을 잡는다. 이름은 참 많이 들었지만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후디니다. 작가는 덧붙여 <후디니와 그의 전설>이란 책 저자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암시한다. 바로 후디니와 카의 영향력이 이 소설을 탄생하게 만든 것이다. 밀실살인은 카의 영향력으로, 밀실을 탈출하는 등의 마술과 역사는 후디니의 과거 속에서 빌려온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모든 설정을 멈췄다면 평범한 밀실추리소설로 끝났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모두 끝난 지점에서 바로 새로운 상황과 설정을 만들어낸다. 앞에 읽은 것이 하나의 중요한 단서이자 사실이지만 바뀐 설정에선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다음을 위한 설정이다. 또 한 번의 반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실과 의문은 또 다른 의문을 낳고, 과연 이 모든 의문이 깨끗하게 풀렸는지 묻게 한다. 제목인 네 번째 문은 살인이 펼쳐진 장소이자 트릭이 벌어진 곳이고, 의문의 존재이기도 하다. 약간은 밋밋한 전개가 마지막 몇 문장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