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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힘겹게 읽었다. 이 힘겨움은 나의 과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글자를 따라가는데 급급했던 순간도 상당히 많다. 이 책에 대한 수많은 호평을 너무 만만하게 다가간 것이다. 나의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학창 시절 과학에 약했던 지나간 과거가 갑자기 생각난 것도 이런 힘겨움 때문이다. 책 분량만 생각할 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4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제가 HUMAN이다. 각 부의 제목에 인간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에 대한 저작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인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서 시작하여 더불어 살기를 거쳐 인간의 한계를 넘어 사이보그까지 이르는 장대한 여정이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용들은 뒤에 나온 참고문헌 목록만으로 기가 질릴 정도다. 무려 60쪽에 가깝다. 이것은 이 저작이 어느 정도의 노력과 공을 들였으며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알려준다.
인간. 우리는 학창 시절 배운 몇 가지 정보로 인간을 정의한다. 직립보행, 도구 사용, 사회적 동물, 이성 등이 먼저 떠오른다. 이중에서 몇몇은 다른 동물들의 연구를 통해 인간만의 유일한 특징이 아님이 밝혀졌다. 계속되는 연구 속에서 또 다른 사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지엽적인 사실이 인간을 규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수많은 고유성이나 다른 동물과 다른 특성들 때문이다.
책의 기본 전제는 진화론이다. 침팬지와 인류가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다고 생각한다. 이 둘이 나누어진 이유에 대해서 현재는 정확한 답을 제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둘의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이 지닌 특성을 발견한다. 수많은 사실 중 엄지손가락 이야기는 새롭고 놀랍다. 그리고 저자가 인간의 뇌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시 말해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연선택을 통해 안착한 기묘한 장치”(48쪽)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인간이 어떻게 발전했고 발전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뇌란 기묘한 장치 연구를 통해 사회적 관계로 이야기는 나아간다. 사회집단과 뇌와 윤리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 알고 있던 일화와 다른 심리학 서적에서 이미 만난 부분이 있어 비교적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다시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면서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진다. 과거의 학설이 뒤집어지고, 새롭게 등장한 이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든다. 특히 모방에 대한 설명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인류가 언어와 상상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고, 관점을 이용해 모방을 바꾸는 등의 능력으로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하는 순간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저자는 예술이란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넘어간다. 동물에게 예술이 없다고 말하며 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우리가 다른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들고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덕분에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전문분야인 분리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의식이란 단계로 나아간다. 이 부분은 놀라운 예시가 나오면서 흥미를 불러온다.
4부이자 마지막 장에서 사이보그를 다룬다. 이것은 현재 인류를 기능적 사이보그란 의미에서 파이보그로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파이보그란 기술 연장을 통해 기능적인 면을 보충한 생물학적 유기체란 의미다. 예로 들면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는 등의 몸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현재 과학자들이 다루는 인공지능이니 인간의 새로운 장기를 대체할 연구들을 짚으면서 넘어간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나 미래에 발생할 논쟁이나 한계도 같이 다룬다. 이 속에 만나게 되는 정보들 중 몇몇은 이미 다른 매체나 영화 등에서 만난 부분이다.
너무 방대한 영역을 다루면서 넘어가기 때문에 앞에서도 말한 나의 한계를 절감한다. 과학뿐만 아니라 비교학, 사회학, 심리학, 의학, 예술 등을 같이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뇌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호평을 한 사람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어렵고 힘들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찌하든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