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969년 6월 16일, 서로 관련 없던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련의 사건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한 가족이 찰스턴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성 유다 고아원 정문 앞으로 두 명의 고아가 도착하고, 러틀레지-배닛 저택에서 마약단속이 있은 것이다. 열여덟 살인 화자 레오 킹 인생에서 이 날처럼 의미 있는 날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날 그는 평생을 같이 할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변화를 이루게 된다.

레오, 그는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두 살 많았고, 아름다웠고, 뛰어난 운동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를 보호해주던 형 스티브가 열 살 때 자살을 했다. 이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고, 퇴원 후 학교 스타의 부탁을 들어준 덕분에 마약 소지죄로 잡혔고, 3년간 보호관찰을 받았다. 이 시기가 우울하고 힘들어야 했겠지만 자신을 단련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새벽이면 신문 배달을 하고, 봉사 명령에 따라 캐논 씨를 돌봐야 했다. 이 힘든 일을 통해 사회를 보게 되고, 조금씩 성장한다. 그리고 그 날의 만남을 통해 한층 발전하고 도약한다.

그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들은 모두 여덟 명이다. 옆집으로 이사 온 아름다운 쌍둥이 시바와 트레버, 산골소년과 소녀로 불리는 성 유다 고아원의 두 남매 나일즈와 스텔라, 레오처럼 마약 소지죄로 퇴학 당한 후 전학 온 찰스턴 귀족들 채드와 몰리,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에 의해 흑인 학교에서 전학온 아이크와 베티가 그들이다. 이들은 레오의 삶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평생 우정을 간직한 친구들이다. 이 책은 바로 레오의 삶과 이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두 가지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그 미스터리는 스티브 형이 왜 자살을 했느냐 하는 것과 옆집에 이사 온 쌍둥이를 평생 괴롭혀 온 아버지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만약 작가가 이 두 사건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아마도 멋진 스릴러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집중함으로서 깊은 감동과 강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비록 그 사건들의 숨겨진 비밀이 엄청나게 놀랍고, 추악하고, 잔인하고, 충격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1969년 6월 16일은 블룸스데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 날이자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레오의 어머니는 뛰어난 조이스 연구자이자 마니아다. 레오란 이름도 그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지엽적인 사실을 뒤로 하고, 이 날 레오가 만난 친구들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강한 유대를 가지면서 연결되어 있다. 젊은 날의 그들은 충돌하고, 화해하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성장하고, 살아간다.

소설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이 바로 그들의 만남과 충돌과 성장을 다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흑백이 한 학교에 다니면서 생기는 문제와 각각 가슴 속에 아픔을 묻고 살던 사람들이 레오를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 두 번째는 이제는 세계적인 여배우로 변한 시바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여신으로 군림하지만 아직도 학창시절 친구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 고향을 찾아 온 것은 그녀의 쌍둥이 오빠 트레버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게이고,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자 에이즈 중독자다. 과거 속에서 현재로 시제는 바뀌고, 시대의 변화를 통해 각자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세 번째는 친구들이 그를 찾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간다. 이 과정에서 시바 남매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고, 그 시대 최악의 상황과 만난다. 에이즈로 인한 위험과 참혹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 소년이 죽은 후 그의 부모들이 보여준 반응을 통해 부모의 사랑과 허세가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힘겹게 그를 찾는다. 

네 번째 부분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순간들이 나오고, 우정은 점점 자라나고, 가끔 충돌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평생 사랑할 반려자를 만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젊은 열기가 읽는 동안 전해지고, 그들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실 하나와 죽음 하나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마지막 부분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트레버를 데리고 찰스턴으로 온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사실 그냥 읽기가 힘들다. 비극과 참혹함과 놀람과 추악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정과 사랑과 용기도 함께 있다.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대한 평에 고개를 절로 끄덕인다.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사우스 브로드가 어디 붙어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상상력을 통해 나의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태풍으로 반쯤 폐허가 되기도 했지만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력과 용기와 열정은 그 길을 걷고 싶게 만든다. 이 긴 소설에서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은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는 동시에 가장 강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평생 유머와 위트로 대화를 이어갔고, 신문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은 그를 정확하게 아는 순간이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흉내 내지 않는 한, 배우는 ‘진짜 삶’을 경험할 수 없다.”(2권 446쪽)는 문장은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려주는 멋진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우스 브로드의 풍경과 레오와 그의 친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