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약간 어설픈 느낌이 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루 포드의 행동에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을 연상한 것이고, 다른 이유는 현대 스릴러 문법에 익숙한 탓이다. 영화 속에서 그 악당이 보여준 치밀한 준비와 실행은 얼마나 섬뜩했던가. 이에 비해 루가 보여주는 행동은 CSI에 익숙해진 나에게 허점투성이로 보인다. 물론 현대 작품이라 하여도 더 어설프고 허술한 경우가 많다. 

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노볼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처음 의도한 것을 넘어서 점점 커져가는 살인행위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 만난 루의 모습은 친절하고 예절바르고 잘 생긴 남자다. 부 보안관으로 마을에서 신뢰를 얻고 있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폭력이 아닌 대화 등으로 그 일을 좋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큰 신망을 얻었던 의사였다. 하지만 이런 외면과 다르게 그에겐 남모를 아픔과 괴로움이 있다. 

모든 사건의 원인을 따라가면 어릴 때로 돌아간다. 신망을 받고 있던 아버지의 예상외의 모습과 자신이 저지른 묻혀버린 폭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수면 밑으로 숨어 있었다. 언제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몰랐는데 기회가 왔다. 그것은 마을에 들어온 창녀 조이스다. 처음 보안관의 부탁을 받고 그녀를 마을에서 몰아낼 지 아니면 그대로 둘 지를 결정하기 위해 찾아갔다. 첫 눈에 반한다. 그녀와의 섹스에서 폭력성이 드러난다. 그녀가 이것을 잘 받아준다. 그렇게 그녀에게 빠진다.

그에겐 입양된 형이 한 명 있었다. 그가 어릴 때 저지른 죄를 형 마이클이 뒤집어썼다. 마이클이 한 공사현장에서 죽었다. 실족사로 처리되었지만 마을 유력자 콘웨이의 살인임을 알고 있다. 이유는 콘웨이의 비리를 밝혀내었기 때문이다. 가슴 한 곳에 이 사실을 묻어두고 있었다. 그런데 복수의 기회가 왔다. 콘웨이의 아들 엘머가 조이스에게 빠진 것이다. 콘웨이가 마을의 해결사 루에게 그녀를 좇아내 달라고 부탁한다. 거액 만 불을 지불하고, 그녀는 떠나고, 엘머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그는 큰 착각을 했다. 루의 마음속에 있던 살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루가 보여주는 살인 행위는 간결하고 주저함이 없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하나의 상황을 만든다. 그것은 루이스를 때려죽이고, 엘머가 그 도중에 총을 맞아 죽는 것이다. 갑작스런 폭력으로 그녀를 죽음 직전으로 몰아넣고, 그녀를 찾아온 엘머에게 총을 쏜다. 그리고 자리를 벗어난다. 다시 콘웨이와 그 현장으로 돌아와 처참한 현장을 돌아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여자를 죽이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콘웨이는 겨우 목숨만 유지하던 그녀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펼친다.

일이 처음 꼬인 것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그 다음은 그가 엘머에게 받은 돈을 무심코 조니에게 주었는데 그 돈에 표시가 되어 있은 것이다. 살인현장에서 사라진 돈을 조니가 사용하다 잡혀온 것이다. 그 돈의 출처를 말하면 루가 살인자임을 알 수 있다. 검사와 보안관은 조니를 잘 알고, 심문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루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 대담함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그 후로 계속 상황이 꼬이고, 새로운 단서가 나오고, 주변 의심은 점점 심해진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 살인자의 심리묘사에 있다. 연인 에이미를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을 말하고, 한 번 터진 살의가 넘실거리며 주저함도 사라진다. 한 번 꼬인 상황은 점점 루를 궁지로 몰아간다. 이 속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냉혹함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지는 반전과 그 모든 상황을 예측한 그의 대결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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