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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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뽑은 자신의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유일한 단편집이다. 13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고 미스 마플의 놀라운 추리력을 선보인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미스 마플의 놀라운 추리력과 직관력은 그녀가 등장하는 소설을 볼 때마다 놀란다. 비록 그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과 트릭이지만 책을 읽다 몰입하는 순간 잠시 가공과 현실의 경계를 잊게 된다. 이 부분이 우리가 추리를 읽고 소설 속 탐정들에게 매료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13개의 사건 속에서 많은 수의 답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내가 탁월한 추리력이나 관찰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읽어왔고 애거서 여사의 작품도 여럿 읽었기 때문이다. 책의 후기를 보니 이 중 몇 편은 장편으로 발전하였다고 하니 어딘가에서 책이나 영화 등으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앞의 몇 편은 너무나도 익숙하여 이전에 읽은 책이 아닌가 의심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둔한 기억력으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편 한편이 보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푸른 제라륨’과 ‘크리스마스의 비극’과 ‘방갈로에서 생긴 일’이 마음에 들었다. ‘푸른 제라륨’이 마음에 든 것은 트릭 자체가 기발한 것도 있지만 인간이 가진 미신에 대한 공포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비극’의 경우 범죄가 발생할 것을 직관적으로 감지하지만 결국 살해당하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두뇌대결과 트릭이 재미있었다. ‘방갈로에서 생긴 일’은 무시무시한 살인이 아니라 범죄 계획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해설에서 ‘피 묻은 포도’는 ‘백주의 악마’로, ‘친구’는 ‘예고 살인’이라는 장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친구’의 경우 왠지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떠올려 주었고, 다른 작품들도 여기저기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가지게 한다. 그만큼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연 이 13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과연 추리소설사에 걸작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몇 편에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재미도 있지만 애거서 여사의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단서 불충분과 직관에 의한 해결이 나에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추리를 추천하라고 하면 많은 책들 중 이 한편도 추천하고 싶다. 어린 시절 내가 애거서의 책과 셜록 홈즈의 책 등으로 추리에 재미를 붙인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요즘 다시 애거서의 책을 짬짬이 읽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작가인 것은 틀림없다. 가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 영향력을 보고 생각할 때마다 위대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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