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부탁해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이시다 이라의 책을 읽는다. 처음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가 누군지 보고, 책소개 글을 읽으면서 조금씩 관심이 갔다. 아마 선택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일곱 청춘의 취업 도전기와 언론사 준비라는 문구다. 학창시절 언론 고시라고 하면서 열공에 빠진 친구와 선후배를 보았기에 일본의 취업 현실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곱 명이 모인 언론사 취업동아리가 결성된 날 한 명이 지각을 한다. 그 한 명이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치하루다. 작가는 치하루의 취업 도전기를 통해 아주 실감나게, 때로는 실제로 그렇게 공부하고 노력하는가 하고 놀랄 정도로 그려낸다. 그 동아리의 목표는 전원 합격이다. 남은 시간 동안 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실패와 성공을 경험할지 예상하는 것이 처음 만나는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사랑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는 자기소개서와 인턴과 토의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이 갖춰야 할 것을 풀어낸다. 예전에 비교적 쉽게 취직을 한 나의 과거를 생각하면 이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언론고시를 준비한 친구 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평범한 기업을 지원했던 나로서는 역시 놀랍다. 그리고 치하루가 그렇게 많은 취업관련 서적을 읽고, 공부한 것을 보면서 과연 저런 것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나의 약간은 쉬웠던 입사 경험이 그녀의 다사다난했던 경험과 맞질 않은 모양이다. 뭐 한 동안 이직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면접은 본 과거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대단한 몰입도를 불러온다. 가볍게 몇 장을 읽고 잠들려고 했다가 백 쪽 이상을 읽고, 다음 날을 위해 참아야 했다. 속도가 붙고, 치하루의 경험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빠져든다. 인턴으로 민영방송에서 일할 때 그녀가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나 동아리 친구이자 공주로 불리던 에리코가 타고난 미모로 아나운서 추천을 받아 입사하는 한 느끼는 질투의 감정은 솔직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선배들을 만나 회사 생활을 묻는 부분에선 각 경력별로 자신의 일에 대해 느끼는 솔직함이 잘 드러나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인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보면서 역시 나의 지나간 과거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천성 탓인지 아니면 지나간 과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받은 것 같지는 않아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지닌 뚜렷한 목표 의식을 생각하면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일본 대학생의 취업 도전기란 점도 관심을 끌지만 가장 깊게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역시 치하루다. 그녀의 낙천성과 솔직함과 노력과 끈기는 읽는 내내 감탄하고 웃음을 짓게 한다. 가장 큰 민방 최종 면담에서 가볍게 넘어가면 합격할 것을 울음을 터트려 당혹스럽게 만들거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가는 친구를 달래는 모습에선 감동한다. 또 재미난 것은 방송과 출판사 양쪽에 지원을 하고, 이 둘 모두 꼭 합격하고 싶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선 그녀의 미래가 궁금했다. 책을 덮고 난 지금 그녀의 실패와 성공, 울음과 웃음, 좌절과 노력이 가슴과 머릿속에서 꿈틀거린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시중에 나온 수많은 취업시험 관련 자료들이 대부분 실용성이 없고, 알맹이도 없고, 한심한 것들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입사서류를 보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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