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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동네작가상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변함없이 잘 읽히고 재미있다. 편지와 현재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고 진행하는데 허구와 현실을 잘 조화시켰다. 편지가 고모의 꿈이자 할머니의 꿈이라면 현재는 나 은미의 현실 마주하기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편지고, 그 속에서 우린 현실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 은미는 기자 시험에서 계속 떨어진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 민이는 트랜스젠더를 꿈꾼다. 민이가 은미에게 말한다. 너는 신문사가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한다고. 이것은 다시 민이에게 적용된다. 그는 남자로 살지 못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지고 여자들을 들뜨게 했던 그지만 몸속 깊이 남자임을 거부한다. 이에 은미가 보인 반응은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 둘의 현실과 삶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고모의 편지는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고모의 편지를 읽으면서 느낀 첫 생각은 한국인 우주비행사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편지들은 앞의 기억들을 헛갈리게 만든다. 나의 착각인지 어색함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는 전문 용어와 현실적 상황으로 정밀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왠지 머리 한 구석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이 비밀은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는데 이 모든 편지가 고모와 할머니의 꿈을 실어 나른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은미에게 고모를 만나고 오라고 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확인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기자 시험에 계속 낙방한 은미가 민이와 함께 간 미국은 꿈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공간이자 시간이다. 고모를 만난 은미가 마주한 현실은 자신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은미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자신의 마음 깊숙이 받아들인다. 여기서 은미는 기자가 되려는 마음을 되돌아본다. 민이의 성전환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이 여행은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이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고, 자신의 마음속에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이다.
고모의 편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 저는 기념품을 챙겨다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불안하고 또 자유로워졌어요.”(11쪽) 고모는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 살면서 자유로웠지만 불안하고 보고 싶은 아들이 있다. 그 감정을 숨기고 꿈을 담아 편지를 보낸 것이다. 고모를 만나러 간 미국에서 은미와 민이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감정의 벽을 깨부순다. 은미는 기자시험의 집착에서, 민이는 성전환 수술에 대한 주저에서 벗어난다. 한국에서 멀어져 불안하였지만 자유로워진 덕분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모는 마지막 편지에서 말한다.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이 긍정은 고모에겐 자식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고, 은미에게는 기자보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고, 민이에겐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는 것이고, 찬이에겐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지극히 고전적인 남성들인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할머니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환상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