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도시 - 21세기 차이나 신세대의 방황과 질주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나는 작가다. 먼저 나온 작품 <삼중문>의 호평을 기억하기에 선택했다. 최근 중국소설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이 작가도 추가해야겠다. 젊고 그 시대 젊은이의 감성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선 개인 취향과 약간 동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풍자와 사회비판은 날카롭고 유쾌하다.    

 

 나와 친구 젠수는 우연히 패싸움에 가담했다가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달아난다. 상하이를 벗어나 한 도시로 들어와 불안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불난 공장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오던 중 나의 외침에 젠수는 부상을 입는다. 이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왕차오라는 학생이 찬 공에 넘어져 손을 다친다. 이 만남으로 세 청년이 모이게 되고, 그 도시의 외곽의 한 주택을 빌려 생활하게 된다. 소설은 이 세 사람의 생활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면서 나의 과거 속 여자를 잠깐 이야기하고 그 시대의 부조리와 부패상을 보여준다.   

 

 세 청년의 생활 속에서 빈곤과 일확천금을 꿈꾸는 모습이 반복되고, 그들이 다닌 대학에서 예쁜 여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들도 그녀들을 살짝 갈망한다. 이런 모순과 그들의 생활을 보다보면 학창시절 남자들끼리 함께 동거했던 친구나 선후배들의 추억이 떠오른다. 누군가 돈이 생기면 고기와 술을 먹고, 함께 뒹굴고, 자신들의 미래를 힘차게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하다. 

  

 

 이 소설에서 놀라운 장면들이 몇몇 나온다. 그중 하나가 그들이 살던 집 앞 가게가 불난 일이다. 그 집이 불타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 누구 하나 불을 끌 생각을 않고 소방차가 와서 멋지게 끄는 광경을 볼 생각만 한다. 그러다 한 할머니가 물을 들고 와서 거의 꺼져가는 불길에 물을 붓자 얼마나 화를 내었던가! 이 불로 모든 재산을 잃은 듯한 가게 주인의 안타까움이 더욱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이 장면 이전에 한 공장에서 불이 났을 때 장관을 이루었던 자전거들의 질주가 있었다. 불난 공장을 더 가까이서 더 잘 보기 위해 수백 대의 자전거가 도로를 힘차게 달리는 장면이다.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이렇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게 되고, 남의 일이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쉽게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그들에 경악한다. 이것은 또 중국소설이나 기사 속에서 자주 만나는 것들이기도 하다.  

 

 처음에 약간 적응기를 거치고 나면 속도감이 붙는다. 나의 이야기에 빠져 약간의 불안감 속에 허황된 꿈을 꾸는 그들의 삶속에 몰입한다. 급격하게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는 사람들의 삶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치고 비판하고 풍자한다. 황당함을 극치는 역시 월마트 앞에서 벌어지는 인터뷰다. 인터넷 거품시대 이야기도 역시 한탕주의와 탐욕을 잘 나타내준다. 끝부분에 젠수가 과도한 욕심을 부려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광고 단가를 올리는 장면도 역시 이런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한국의 인터넷 거품시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이 주는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모습 속에 담겨 있는 한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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