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들의 음모
파트리스 라누아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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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놓고 본다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다. “ 조용한 밤에 귀를 기울이면 소리가 들릴 거야. 그들의 작고 빠른 움직임은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멈추지 않는단다. 나는 이것을 ‘나비들의 음모’라고 부르지.”(56쪽)라면서 그 뜻을 풀어준다. 그런데 이 문장만으로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몽환적 미스터리란 수식어처럼 어렵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구성은 간단하다. 배에 색을 칠하던 이전 천체물리학자 나 로익에게 클라라란 소녀가 다가온다. 그녀는 약간의 자폐증이 있는 솔이란 소년과 함께 왔다. 그녀는 로익에게 배를 태워줄 것을 요구한다. 처음엔 거부하지만 곧 그들은 배를 타고 나간다. 하지만 이 선택이 그들을 오랜 시간 동안 바다 위를 표류하게 만들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엔 쉽게 구조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낙관은 두려움으로 변하게 된다.  

 

 조그마한 배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삶을 이어가는 어른 하나와 두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의 갈등과 협동 속에 로익의 과거가 드러난다. 그의 아내였던 파트리샤의 기억은 악몽으로 다가오고, 이 악몽으로 괴로워하는 로익을 보고 클라라는 공포에 질린다. 이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자폐증을 앓고 있던 솔은 새롭게 변한다. 이 변화를 통해 다섯 가지 질문이 오가고 이 속에서 작가는 철학적 의문과 답을 내놓는다. 이 질문을 잘 들여다보면 ‘나비들의 음모’란 무엇일까 하는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답들이 명확한 실체를 띄고 있다기보다 관념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처음 이들의 표류 장면을 보면서 <파이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호랑이와 한 배위에서 동거를 하면서 표류한 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마도 표류한 배위에서 살게 된 상황 때문인 모양이다. 그 소설이 다른 생명체의 미묘한 긴장과 균형으로 재미를 주었다면 이 소설은 로익과 클라라와 갈등과 로익의 과거 속에 펼쳐진 사건과 솔의 질문에서 다른 재미를 준다. 갈등의 깊이는 사실 깊게 느껴지지 않고, 긴장감도 크게 고조시키지 않는다. 단지 아내였던 파트리샤와의 과거가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하지만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솔의 질문이다. 이 대화 속에 배 이름인 ‘모로프’와 책 제목인 ‘나비들의 음모’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이것은 다시 결국 책 마지막 장면으로 연결되면서 감각과 의식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 결말이 사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재미가 많이 반감되었다.  

 

소설은 나 로익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이 시점이 바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작가는 불친절하다. 왜 그들이 표류하게 되었는지, 왜 수많은 배들 속에 있으면서 구조를 받지 못했는지, 과연 클라라 등의 존재는 실존인지 등의 의문을 자아내면서 그에 대한 답은 피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이들의 존재를 내 가슴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리고 솔과의 질문 속에서 그 답을 찾길 바란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의 현재 인식 능력을 벗어나 있기에 꿈과 환상처럼 다가온다. 표지에 나오는 문장 “너의 눈은 결국 너를 속인단다”의 의미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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