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4
이종호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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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선도 벌써 네 번째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세 번째 작품에선 제목을 바꾸었는데 이번에 다시 단편선 4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경우 통일성을 가졌으면 한다. 이 단편선에서 낯익은 작가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단골이 된 그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단편들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재미도 있다.   

 

 모두 열 편이다. 적지 않은 편수다. 기존 단편선에서 본 것과 같은 소재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단편들도 있는 반면에 최근 사회문제와 연관시켜 풀어낸 이야기들도 있다. 작가 각자가 풀어내는 방식과 사연에 따라 섬뜩함을 느끼고 애절하고 가슴 아프고 어느 순간은 웃게 만든다. 물론 그 밑에 깔린 감정들은 공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첫 두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다. 장은호의 <첫 출근>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삶을 단순화한 것이다. 조직의 한 부품으로 변하는 순간 그 작업이 어떤 결과를 산출할 것인지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려는 삶을 아주 섬뜩하게 표현했다. 누가 시키는지, 왜 그런지,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 작업을 멈추는 순간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다. 메시지를 단순히 전달하고, 그 전달된 메시지대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결과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연출들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조지 오웰의 <1984> 공포버전이라면 확대해석일까?   

 

 

 김종일의 <도둑놈의갈고리>는 한 여자의 조용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도둑놈의갈고리란 식물을 말하면서 다가온 그 남자와의 연애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한다. 읽다보면 한 여자의 회상임을 알 수 있다. 공포를 느끼게 만들기보다 평범한 연애이야기 같다. 하지만 남자의 진실을 알게 된 여자가 남자를 차고 난 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뀐다. 자신을 찬 첫 여자라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욕하고, 복수를 말하던 남자가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것은 몰카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최선을 다한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공포를 심어준 것이다. 이 감정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차분하게 폭발하는 순간 얼음처럼 서늘한 감정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이종호의 <플루토의 후예>는 기존에 본 그의 작품들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복수와 귀신이란 소재를 이용해 마지막에 오싹한 느낌을 전해준다. 황태환의 <폭주>는 종말이 벌어질 것이란 소식에 일어난 청소년들의 잔인한 폭주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왜 웃음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서운 존재인 모양이다. 우명희의 <불귀>는 공포를 느끼기보다 며느리의 삶에 안타까움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유선형의 <도축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읽으면서 <첫 출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속처럼 일하는 모습이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조금씩 암시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이 소설을 이해해야 할까? 고민한다. 최민호의 <더블>은 먼저 도플갱어가 생각났다. 똑같은 두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유라의 <배심원>은 최근에 벌어진 2PM의 재범 사건을 생각하게 한다. 인터넷이란 매체가 편리하고 많은 도움을 주지만 익명의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악의가 어떤 악취와 공포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준다.   

 

 

 권정은의 <행복한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는 제목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아있는 좀비가 넘쳐나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한 여자의 눈을 통해 그 변화의 순간들을 지켜보는데 기존 좀비소설의 변주라곤 하지만 강한 충격을 주기엔 부족하다. 전건우의 <배수관은 알고 있다>는 우리사회의 또 다른 문제 중 하나인 기러기 아빠를 소재로 했다. 배수관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 공포와 긴장을 조성한다. 예상과 조금 다른 결말이 더욱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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