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노래
나카니시 레이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2000년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경우 이런 수상작은 나의 시선을 끈다. 이전에 읽었거나 유명한 작가라면 그 자체로 하나의 광고나 선택의 대상이 되겠지만 낯선 작가의 경우 이런 수상경력이 참고 사항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출판사들은 수상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책의 홍수 속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가장 간단한 선택 방법일 것이다. 아마 주변에 엄청난 독서가가 있다 하여도 요즘 나오는 책들을 모두 읽기는 무리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소설은 한 게이샤 아이하치의 일생을 다룬다. 그녀가 게이샤로 팔려가는 순간부터 죽는 그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을 일생을 다루다보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선 그 시기가 자신이 짝사랑했던 고가와 함께 나가사키 민요를 채집하던 시기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민요기행에 소설 전체를 할여하지는 않는다. 단지 원제가 되는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를 배우고 알려지는 그 마지막이 클라이맥스를 이룰 뿐이다. 그리고 그 애절한 사랑의 흔적과 기억도.  

 

 어린 나이에 게이샤로 입문하지만 타고난 미모가 부족한 그녀에겐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예라고 말하는 노래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게이샤들의 순위는 바뀌지만 노래가 탁월한 그녀는 언제 다섯 손가락에 포함된다. 이런 그녀이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경험한 것은 우연히 부딪힌 지역 학자 고가를 만나면서다. 작가는 이 만남을 극적으로 만들지도, 애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장의 이면에 담긴 그녀의 마음은 읽는 독자에게 충분히 전해진다. 그래서 마지막 그녀가 가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한 도시의 축제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노래라면 대단히 의미가 있다. 한 노파의 회상에서 시작하여 마무리하는 이 소설의 구성에서 나가사키의 군치 축제는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를 다양하게 편곡하고 구성하여 화려하게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 노래를 잊었던 과거에서 살려내 현대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은 아이이치라는 게이샤와 고가의 민요기행이 시발점이지만 더 큰 이유는 폐렴으로 죽을뻔한 한 어린 게이샤를 살리려는 아이이치의 지극한 정성이다. 그 아이 오유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기에 쉽게 물러서질 못한 것이다. 그것은 천애고독의 빛이자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있기에 고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집착하지 않고 풀어놓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랑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제목 ‘게이샤의 노래’처럼 많은 노래가 나오지만 가락이 빠져있다 보니 그 흥이 살아나지 않는다. 나가사키 지역 사투리를 남도 사투리로 번역해서인지 처음엔 약간 어색한 감도 있다. 엄청나게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쉴 새 없이 빠져드는 문장과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슴 속에 잔잔히 스며들며 계속 읽게 만든다. 최근에 읽은 일본소설 중 가장 일본색이 강하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듣지 못한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를 듣고 싶어지는 지금 아이이치에 대한 그리움이 소록소록 솟아난다. 그녀의 무소유의 삶이 어쩌면 가장 부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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