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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르네상스에서 사실주의까지 다룬 ‘명화를 보는 눈(1969)’과 인상파에서 순수추상까지를 보여주는 ‘속 명화를 보는 눈(1971)’의 합본이다. 전작이 400년의 시기를 다룬다면 후작은 그 후 100년도 되지 않는 시간을 다룬다. 그만큼 인상파부터 시작된 변화가 급격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이 5백년 정도의 시기를 정해놓고 서양미술을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닌가 한다. 나처럼 특정한 몇 명을 제외하고 화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익숙한 화가와 대표작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에 큰 무리는 없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한 작가와 그의 대표작을 저자가 선택하여 작가의 시대와 특색 등을 설명한다. 물론 작가에 대한 배경도 빠트리지 않는다. 대부분 눈에 익은 작품들이라 보는데 반갑기도 하고, 이전에 그냥 보고 지나간 부분에 대한 해설에선 아! 하고 순간 감탄을 토해내기도 한다. 단순하기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론 그 흐름을 읽는 이가 나름대로 정리해야하는 단점도 있다. 아마 내가 얼마 전에 몇 권의 미술관련 서적을 읽지 않았다면 더욱 어려웠거나 그냥 지나간 대목일 수 있지만 약간 안다고 이런 불만을 말하는 모양이다.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 미술 사조를 외우고 화가와 그의 대표작을 머릿속에 입력하였다. 덕분에 이름들은 입에 달아 붙었는데 그 작품이나 의미 등은 뒤죽박죽이거나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 작가와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몇몇 정말 유명한 작품이거나 자주 보는 것이 아닌 것은 혼돈 속에서 쉽게 그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학교 교육이나 다른 탓을 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잘못이 있지만 전공도 아니고 취미가 있던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그림을 보는 눈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 라는 감상을 표현하는 정도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상징이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일반사람들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르네상스시기에 그린 그림들이 담고 있는 상징과 의미나 추상파 등의 그림이 보여주는 기하학적 모습은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다고 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상의 이해를 가지고 본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이 가진 장점이 힘을 발휘한다. 많은 화가를 다루다보니 깊이 있는 이야기나 중요한 것들이 많이 생략되기도 하지만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되짚어 본다는 장점도 살아있다. 또 하나의 작품에 집중함으로써 그 화가의 특징을 잘 알게 된다. 비록 화풍의 변화나 다른 특징을 그냥 지나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