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청춘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두 번째로 만나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이다. 역시 그림체는 기존 일본 만화의 예쁜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다. 기존 그림과 다르지만 화면을 분할하고, 집중하면서 연출해내는 솜씨는 변함없다. 제목에서 풍기는 청춘들의 우울함과 정체된 듯한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리고 그 우울한 청춘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젊음의 열정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소품집이다. 첫 편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행복하다면 손뼉을 치자>는 학교 옥상 난간 밖에 매달려 손뼉을 많이 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담력과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욕심을 부리다 난간을 잡지 못하면 그냥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죽는다. 죽음을 담보로 한 게임과 그 게임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학교 측이 희극적으로 대비되면서 청춘의 치기가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리볼버>는 원작이 다른 사람이다.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분명히 타이요의 작품이다. 지겹고 졸리고 권태 가득한 고등학생 세 명이 총알 세 발 든 리볼버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총을 가졌으면 멋진 활극을 펼쳐야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열정과 혈기는 없다. 단지 총을 쏘고 싶어 하는 친구에게 총을 쏘고 돈을 받자는 정도만 있다. 하지만 총알은 단 세 발이다. 총알을 구하러 나가 돈만 버린다. 총을 전한 사람을 알게 되지만 그에게 달려갈 용기도 없다.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게임에서 젊음의 혈기와 불안이 교차하면서 삶의 의욕이 여름의 향기로 드러난다.


<여름이다 뻥!>은 고시엔에서 한 번의 실투로 진 야구팀 이야기다. 야구 장면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야구부실에서 벌어지는 마작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고시엔 경기를 라디오로 들으면서 마작을 한다. 그들의 희망과 열정이 뜨거운 여름 속에서 멋지게 사라져야 하지만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야구소년들의 여름은 고시엔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 속 그 실투는 현재 가장 멋진 투구로 이어진다.


<스즈키 형님>은 야쿠자와 고등학생이 만남과 헤어짐을 보여준다. 총기거래상을 만나고 헤어지는 그 과정 속에 한 소년의 삶이 결정되어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권총을 사용하여 못을 박는 장면이다.


유키오에게 <피스>란 동작은 어떤 의미일까? 커서 뭐가 되고 싶냐?, 고 묻는 어른들 물음은 과연 이 만화 속에서 답해진 걸까? 누가 밀어주면 날 수 있을 것을 줄곧 믿은 그의 믿음이 깨어진 순간 삶은 일탈하고, 영웅은 사라진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는 그와 이를 지적하는 선생에게 보여주는 피스!


<패밀리 레스토랑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갈 곳 없는 고등학생들의 아지트가 된 패밀리 레스토랑을 무대로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대화와 풍경은 청춘의 모습과 비슷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곤궁한 용돈은 그 시절 모든 청춘들의 문제가 아닐까?


<끝장이네 이거>는 한 소년이 지하철에서 불량배를 비웃다가 벌어지는 추격을 다룬다. 이 둘의 추격전을 보고 있으면 터미네이터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불량배는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같고 터미네이터 같다. 이 끈질긴 추격전에 벌어지는 비일상적 모습과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의 모습이 비교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말하는 ‘끝장이네 이거’는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작가가 후기에서 썼지만 그 시절의 허세와 풋내 나는 행동은 한 순간이다. 생활 속에 빠지면 그 순간 현실의 높은 벽과 늪에 부딪히고 빠져 허우적거린다. 일상의 반복이 주는 지겨움이 괴롭게 느껴지지만 그 반복이 깨어지는 순간 그리움과 안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청춘은 가능성이자 이유 없음이다. 어설프고 끓어오르는 감정에 휘둘리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청춘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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