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정원 뫼비우스 서재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비 오는 날 전철 안에서 한 남자가 수많은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한 소녀에게서 사과 향기를 맡는다. 알 수 없는 충동에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앞으로 나간 후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다가오자 갑자기 당겨 목 졸라 죽인다. 제대로 반항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소녀 정아는 죽는다. 이 갑작스런 살인을 통해 첫사랑 같은 강렬한 경험을 하고, 자신이 사냥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제 한 연쇄살인범이 태어난다.   

 

 강지훈 형사는 비오는 날 정아가 죽은 현장을 꿈꾼다. 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옛날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 누군가가 죽이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무시한 것을 마음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경찰들 누구나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미해결 사건이 그에게 바로 이것이다. 이런 꿈을 꾸고 있는데 한 케이블 방송국의 앵커우먼 시체가 발견된다. 공중파는 아니지만 케이블에선 공중파의 유명 앵커 못지않은 인기를 가진 그녀다. 수습기자에게 특종을 빼앗기고 사건은 전 매스컴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이 사건의 관심은 바로 뒤에 터진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의 스캔들 때문에 금방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그녀의 자리를 대신한 정유진에게 이상한 메일이 오고, 새로운 범죄의 냄새가 풍긴다.  

 

 그런 동시에 서울시경 강력계로 하나의 택배가 도착한다. 정확한 수신인이 없는 배송물이다. 살짝 열어본 그 속엔 한 여자의 잘린 머리가 담겨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녀가 담겨 있던 상자 속에서 한 모텔 정보를 얻는다. 그곳에서 CC카메라에 담긴 정보를 가져온다. 그녀와 함께 모텔로 들어가는 남자가 찍혀 있다. 바로 강 형사다. 이제 왜 그가 그녀와 함께 그 모텔로 들어갔는지 사연을 설명한다. 그가 발견한 단서 때문이다. 강 형사에게 의혹의 그림자를 띄우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다.  

 

 과거의 살인사건과 현재의 두 살인사건이 맞물려 돌아간다. 이 세 사건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과거 정아에게 스토커가 있었다. 그녀가 경찰서에 와서 도움을 요청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명 앵커가 죽음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은 정유진에게도 스토커가 있다. 그녀의 방송을 모니터하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늘 곁에 머물러 있다. 비록 그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작가는 이 둘의 연관성을 길게 물고 늘어지기보다 강 형사에게 집중한다.   

 

 강 형사는 택배로 머리만 온 그녀의 정체를 알지만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시 택배로 손이 오지만 역시 말하지 않는다. 수상한 행동이다. 이렇게 수상하고 미심쩍은 상황들을 연출하고, 연쇄살인범을 잠시 등장시켜 그의 쾌락을 말한다. 첫 살인의 강렬함과 이어지는 살인들의 아쉬움과 멈출 수 없고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살인의 충동을 말한다. 이 부분은 다른 소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대목이다.   

 

 작가는 현장 분위기와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과거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인용하고, 사실적이고 정확한 자료로 현실성을 높인다. 잔혹한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이고, 스토커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빠른 전개와 매력적인 형사의 등장은 재미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건의 얼개를 엮어가고 풀어내는 모습이 조금 서툴다. 초반에 풀어놓은 사건들이 마지막에 가면서 현실성이 떨어지고 돌출적이다. 정아와 앵커와 정아 친구 주희의 살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추리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너무 사족 같다. 이런 단점이 눈에 들어오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놓았다. 다음 작품이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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