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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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작가들을 내세우는 판매 전략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애드거 앨런 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뒤를 잇는다는 그 문구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자극적이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과연 그런가? 하고 자신에게 묻지만 그 답은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하다. 내가 언제 이 작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다 읽은 적이 있었던가?     

 

  자! 이제 유명한 다른 작가들은 뒤로 하고 이 소설집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먼저 요즘 나오는 소설집엔 작품집이니 단편집이니 하는 표시가 거의 없다. 제목이나 책 소개나 표지만을 본 사람들은 장편이겠거니 하고 구입하고, 그 호흡에 맞추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보니 충분히 그 묘미를 누리지 못하는 몇 편이 생긴다. 어쩌면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약간 둔한 사람은 그 사람의 문장과 구성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더욱 어렵다. 넋두리는 여기서 끝.  

 

 표제작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작품인 ‘홈 스위트 홈’부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재미나게 풀어내는데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유머가 섞여있었다. 이후 나오는 단편들도 조금씩 작가에 적응하면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타당한 조건들’이나 ‘그해의 히트맨’이나 ‘갈루스, 갈루스’나 ‘폭력의 집’은 다른 느낌과 분위기로 재미를 준 작품들이다.  

 

 ‘타당한 조건들’은 기린들이 동물원장에게 자신들의 삶에 대한 개선사항을 보내면서 시작한다. 이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자 자살 흉내를 내면서 어린이에게는 공포를 매스컴엔 기사거리를 주게 된다. 간략하고 암축된 구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단편의 묘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해의 히트맨’은 마피아 히트맨의 삶을 다룬 것이다. 아비 없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지만 할머니 노나의 억센 삶에 의해 살아가다 마피아에 의해 암살자로 훈련 받고 그 업무를 매끈하게 집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살인이 아닌 약간은 평범한 전개와 암살자가 보여주는 귀여운(?) 행동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결말.    

 

 ‘갈루스, 갈루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블랙코미디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일상적이지 않고, 묘한 집착을 가진 사람들이다. 평생 구두끈을 매어본 적이 없다거나 닭에게 빠져 정신이 없다거나 동물 소리를 남에게 들려주려고 연습한 것을 끝없이 보여준다거나 아버지의 예상하지 못한 죽음으로 불안정한 것을 두려워한다는 등의 인물이 나온다. 이 인물들이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움직이고 그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폭력의 집’은 가정내 폭력과 가족간의 갈등이 다루어진다. 여기서 가장 눈에 들어온 인물은 가족 내 구성원이 아닌 심리학자다. 하나의 행동을 부모가 알려주면 그에 맞추어 새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늘어나는 사고나 사건들을 생각하면 좀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 낯선 모습이 이 소설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과 다르거나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거나 일상에서 보는 잔혹함이 극으로 달려간다거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틈이 점점 더 커진다거나 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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