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위원회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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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부모가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아이를 기다린다. 기다리던 아이 대신 경찰이 찾아온다. 불길한 느낌이다. 주인공 팀의 동료 베어는 지니가 토막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는 범죄 없기로 유명한 곳이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시체 공시소에서 그 아이를 확인한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오는 중에 아내 드레이의 동료 경찰이 전화를 한다. 범인을 찾았다고. 그들은 범인의 집으로 간다. 경찰들이 기대한 것은 사적인 복수다. 팀의 직업은 연방집행관이다. 그리고 발생하는 갈등. 그는 복수의 손길을 거두고, 살인자 킬델에게서 공범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를 잡은 경찰들에게 이를 환기시킨 후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법 앞에 킨델은 놓이게 되었다.  

 

 이 초반부를 단숨에 읽으면서 부모의 상실과 복수를 느끼게 된다. 당연히 법에 의해 그가 사형대에 올려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는 법의 허점으로 풀려난다. 왜 그를 잡은 그 장소에서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과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딸을 잃은 슬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마약범 체포 작전에 참가한 그가 범인 과잉 살인죄로 추궁 받는다. 딸아이의 상실로 힘들어하는 그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표를 던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실감으로 자신을 점점 잃고, 감정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내뿐이다. 이 부부 사이에 위기가 다가온다.  

 

 이런 초반의 준비 작업을 한 후 한 남자가 그를 찾아온다. 그는 듀몬이다. 예전에 보스톤 경찰이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자경조직에 들어올 것을 권한다. 그 이름이 바로 소설의 제목인 살인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모두 일곱 명이고, 만장일치가 될 경우에만 그 범죄자를 죽인다. 팀이 이 위원회에 선택된 것은 그의 화려한 전력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직접 사형을 처하길 바란다. 팀이 보기에 이 사람들이 미심쩍다. 하지만 딸을 잃은 상실감과 법의 허점으로 킨델이 풀려난 것을 보고 마음이 변한다. 이제 그는 살인 위원회의 한 사람이 된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법이 과연 만인에게 평등할까? 우리는 현실에서 법이 가진 자의 편인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오죽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리고 명확한 범죄자인 킨델이 풀려난 것은 절차상 문제 때문이다. 미란다 원칙을 말하지 않고, 영장을 발급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킨델은 청각 장애까지 있다. 어쩌면 그가 풀려난 것은 당연하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법의 정의가 그런 것이다. 처음 이 상황을 보았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명확한 범죄자를 그런 절차 상의 문제로 풀어줄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만약 당신의 집에 경찰이 영장도 없이 침입하여 당신도 모르는 증거물을 들고 간다고 생각해보라. 일반 시민에게 악의를 품은 경찰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여 범인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킨델의 경우는 그가 범인임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절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법에 허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허점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그 허점을 매우는 작업이 반복된다. 피해자 당사자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큰일이지만 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순간 일뿐이다. 피해자 가족이 가슴에 그 아픔과 슬픔을 묻고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분명한 범죄자를 절차상의 문제로 풀어주는 것이 맞을까? 살인 위원회가 구성된 것도 바로 이런 부조리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한 범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의도가 법을 넘어선 순간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의가 먼저라고 외치지만 그들 가슴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은 복수심의 또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분명히 재미있다. 팀의 입을 빌려 <더티 해리>를 말하지만 사실 닮은 점이 많다. 그들이 법보다 정의를 외치다거나 결국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일을 그르친다. 빠른 전개와 냉철하고 이성적이면서 뜨거운 가슴을 가진 팀의 존재는 그의 활약과 능력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법의 맹점을 표면에 내세우고, 정의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결국 다시 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은 수 천 년 동안 이어져온 사회 시스템이자 가장 안정적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대립과 갈등을 기반으로, 법과 정의를 배경으로, 감정과 이성의 충돌로 이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순간의 감정이 시간의 흐름 속에 더욱 커지느냐 아니면 조용히 정제되느냐 하는 것의 중요성이 잘 부각되어있다. 빠른 전개와 자연스런 감정의 변화와 깨달음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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