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작가의 소설은 이전까지 읽은 책이 두 권이고, 영화로 본 것이 두 편이다. 이번에 여기에 읽은 책 한 권을 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읽은 것과 본 것과는 다른 모습에 약간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단 세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이 소설집이 나에게 작가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한 그러나 이전 같은 재미를 준 책이다.  

 

 표제작 ‘연애소설’은 상당히 특이하다. 소설이 특이하다기보다 등장하는 인물이 특이하다. 별명이 사신인 인물에 대한 글인데 그와 친한 사람들은 모두 죽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우연한 사고로 만나 사귀지만 불치병으로 죽는 여자친구 이야기가 지독히도 불행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 남자의 모습에 동정이 아닌 시선으로 멀리서 바라보게 한다. 평생 외톨이로 지내야할 그를 생각하면 삶의 불공평과 남은 시간의 기나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의 환’은 암으로 죽어가는 한 남자가 아는 사람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내용이다. 누구를 선택할까 고민하지만 적당한 인물이 없다. 그런 어느 날 한 남자 K가 찾아오고 그에게 부탁을 하는데 K의 정체는 놀랍게도 킬러다. 왜 그를 죽이고자하며 자신의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와 긴장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역시 약간은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묘하게 읽는 동안 젖어들게 한다.  

 

 ‘꽃’은 동맥류로 수술을 해야 하는 한 남자가 아르바이트로 한 유명 변호사를 태우고 여행을 떠나면서 마주하는 과거의 기억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동맥류가 언제 파열할지 모르지만 그 수술의 성공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하지만 그는 주저하고 있다. 그런 시기에 만난 변호사와의 자동차 여행에서 변호사의 이혼한 옛 부인과의 과거를 마주하면서 깨닫게 되는, 잊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현실에서 주는 감동은 잔잔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세 작품 모두가 담고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사신의 사랑이나 암에 걸린 환자의 사랑이나 이혼한 변호사의 사랑은 격정적이고 열정적이라기보다 지독히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다. 누구나 사랑을 처음 시작하면 그 뜨거운 열정에 심장이 터질 듯하고, 타는 목마름을 겪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열정과 갈증은 차갑게 식어가고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 현실의 벽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기억 속에, 추억 속에 남겨진 아름다운 사랑은 조그마한 불씨만 남아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뜨거움이나 그리움으로 우리를 들뜨게 한다. 사랑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만 바라보는 것으로 그 사랑에 즐거워하게 되는데 이 소설이 그런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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