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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더스트 ㅣ Nobless Club 2
오승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오승환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가을왕>이란 판타지에서였다. 당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판타지지만 현대의 전술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것을 보고 읽었는데 조금 아쉬운 대목이 있었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다음 소설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인 <1254 동원예비군>은 읽지 못했다. 최근 나의 독서 방식이 몇 권으로 된 장편을 거의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한 권으로 나온 이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초인적인 용병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다. 단순한 스릴러라기보다 장르 복합적이다. 미래와 최첨단 군사장비들은 sf문학을 연상시키고, 라훌라로 대변되는 이진후의 활약은 무협의 절대고수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자주 읽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장르문학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한 번 잡으면 놓기 싫어질 정도로 재미있고, 속도감이 있다. 물론 이것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다.
2010년 영종도에서 한 인물이 사람을 죽인다. 그는 인신 매매범이다. 라훌라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를 죽인다. 시간은 1년 정도 흘러갔다. 라훌라는 존 이엔이라 중국계 꽃집 주인으로 살아간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삶은 평온 그 자체다. 가끔 그의 반응을 보면 아직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의 손님이었던 한 남자가 납치되고, 휴식을 취하던 라훌라는 잠시 기지개를 켠다. 이어 벌어지는 놀라운 활약은 보통의 스릴러 액션에선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뒤에 나올 이야기의 조그마한 시작일 뿐이다.
라훌라가 소속된 조직은 용병회사 AEC다. 미국 CIA가 만들었지만 그 조직 자체가 너무 커버렸다. 미국 내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조직을 보면서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전쟁대행회사들의 무시무시한 능력이 떠올랐다. 아마 거기에서 이 조직의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이 조직원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일반 경찰이나 군사조직을 능가한다. 특히 라훌라가 개입할 때면 몇 배나 월등하다. 초인적인 능력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여기에 불만이 많을 것 같다.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재미가 있지만 구성은 조금 허술하다. 라훌라로 대변되는 이진후의 삶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그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의 삶을 같이 표현하지만 뒤로 가면서 삶보다 라훌라의 개인 능력에 더 기댄다. 특히 규모를 자꾸 키우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오히려 사라진다. 과거 사랑했던 여인 수영이 죽고 난 후 그가 벌인 연쇄살인의 장면과 사연은 처절하지도 애절하지도 않다.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기보다 한 남자의 잔인한 행동만 돌출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속에 엮인 여인의 감정과 행동은 다른 여자들의 감정과 함께 이전 무협에서 자주 보았던 여성의 모습이라 아쉬웠다.
아직 노블레스클럽 시리즈를 한 권밖에 읽지 않았다. 몇몇은 낯익은 이름이고, 좋아하는 작가다. 장르문학을 예전처럼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언제나 관심을 두고 있는 나에게 이 시리즈는 주목 대상이다. 10대나 20대처럼 이런 종류의 책만 골라 읽지는 못하지만 복잡하고, 어렵고, 책이 읽기 싫을 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것 같다. 무협이나 판타지가 너무 장편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는데 이 시리즈는 대부분 한두 권이라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