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의 개 -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인도방랑>의 완결편이란 설명에 혹했다. 물론 이것보다 후지와라 신야란 작가의 이름에 더 혹했다. 먼저 읽은 <동양기행>에서 그가 걸어온 길들과 사진은 기존에 여행서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산산조각내었다.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문장과 주저 없으면서 거친 듯한 사진은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게 만들었다. 그런데 <동양기행>에서 맛만 조금 본 인도의 완결편이라니 그냥 지나가기 힘들다. 그리고 사람의 시체를 먹고 있는 개의 사진 한 장은 이런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물론 강한 인상도 주었다.  

 

 첫 문장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도 여행의 진수를 만나겠구나 기대했다. 하지만 곧바로 1995년 일본 열도를 경악하게 만든 옴진리교 사건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정확하게는 옴진리교의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의 개인사와 그를 둘러싼 환경을 통해 그 사건을 다시 보기 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자료가 일본에선 넘쳐났겠지만 나에게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참혹하고 거짓말 같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때문에 세부적이고 핵심적인 이야기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고 있다. 이후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 사건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사건을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어린 시절 자랐던 고장으로 가서 한때 열심히 외었던 수은 중독인 미나마타병을 통해 그와 현대 일본을 보는 것이다. 옴진리교가 왜 그렇게 국가를 부인하는 무시무시한 테러를 하게 되었는지 작가는 하나의 병을 통해서, 그리고 그가 가르침과 깨우침을 받았다는 인도의 요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 과정이 조금은 기대했던 내용과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그 시도와 접근 방식은 상당히 신선하다.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옴진리교 사건의 발생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고, 다음 부분은 한 독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인도의 풍경과 삶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놀라운 황천의 개를 만나게 되는데 우리가 계속 주입 받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관념적인지 알게 된다. 물론 인도의 풍경이 결코 올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수사적으로 과장되어 있고, 인간 본연의 모습보다 보여지기 원하는 모습으로 변한 인간의 허상을 자신의 경험과 명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20대 인도여행의 경험을 말한다. 인도의 할리우드라고 할 정도로 상업화되고 변질된 수행을 보여준다. 60년대 학생운동과 히피 정신이 어떻게 변했고, 그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양의 종교에 귀의했는지 말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풀어내는 작가의 말을 백 퍼센트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동의한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변한 종교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들을 믿지 않는 작가의 글들은 한두 해 인도를 다녀온 후 전문가처럼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삶의 경험을 통해 내화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물론 너무 단순화한 듯한 점도 있다.  

 

 이 세 부분이 전혀 상관없는 듯 전개되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결국 옴진리교 사건과 연결된다. 미나마타병과 인도와 집단화된 요가의 풍경은 결국 현대의 굴절되고 왜곡된 현실의 파편이다. 나쁘지 않은 시도에서 만들어진 모임이 결국 종교로 발전하고, 엄청난 테러로 표출된 현실에서 작가의 과거 인도 여행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풀어낸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인도라는 장소와 그 영성의 경험이 과거와 현재의 작가를 거쳐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라 조금 낯설지만 다시 한 번 더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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