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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란 부제처럼 한국의 간신이 아닌 중국 간신 이야기다. 아직 한국에선 이런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을 들으면서 많은 부분이 부끄럽고 아쉬웠다. 해방 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친일파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방해를 받고, 그 후손들이 조상들의 땅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거는 현실에서 이런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후세에 이를 경고하는 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쓴 이 책은 간신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권력을 잡고, 유지하고, 최후를 맞이하는지 잘 알려준다. 책은 모두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신의 탄생과 진화를 거쳐 태생을 분석하고 제도 속에 재생산되는 간신을 보여준다. 전반부의 간신들이 낯설다면 후반부는 다른 수많은 책들에서 본 인물들이라 익숙하다. 하지만 낯익은 간신들도 그냥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떤 부패와 비리를 저질렀는지 좀더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책을 펴고 첫 번째 맞이한 역아의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왕의 한 마디에 자신의 어린 아들을 직접 요리해서 바친 역아의 사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간신들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인륜이나 천륜을 가볍게 저버린다. 권력을 위해 자식을 왕이나 황제나 권력자에게 바치는 것을 이미 많이 보았지만 이 고사는 과히 그 끝을 보여준다.
이후 다른 간신들도 수없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엄선된 18인의 간신들을 시대 순서로 보여준다. 그 한 명 한 명의 사례를 보게 되면 공통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아부와 아첨이다. 흔히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짜증이 나고, 아부도 처음엔 거부감이 생기지만 자꾸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고 빠진다고 하는데 이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에는 절대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한 사람의 왕이나 황제가 권력을 지고 있다 보니 신분 상승이나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이들은 그 권력자에게 아부를 하고, 그들의 심중을 헤아려 맞추려고 한다. 물론 그 권력자가 현명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른 배척하고, 사회 구조 속에서 이를 막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이것은 실제적으로 긴 역사 속에서 몇 명의 군주만 가능했을 뿐이다.
또 하나 중국 역사에서 유별나게 두드러진 환관들의 집권과 부패는 바로 앞에서 말한 절대 권력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성장하고 자란 내시들을 믿고 중용하다보니 부패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권력이 집중되다보니 그 권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많이 들고, 이러다보니 자신의 입맛을 맞추거나 후세가 없는 내시에게 신뢰를 보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는 절대 권력을 가졌던 명대에 더 빈번한데 저자는 명대를 가장 암흑기로 기록한 것도 이것이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패한 정권과 무능한 권력자는 간신이 싹트고 자라는 데 더없이 좋은 거름이 된다.’(198쪽)는 대목과 ‘희망이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이자 나쁜 정치다. 나쁜 정치는 나라를 망치기 때문에 위험하고 무섭다. 절망의 정치를 만드는 자들이 바로 간신배다.’(260쪽)라는 장면에서 현재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절망감으로 한숨을 내쉰다. 1%를 위한 정치를 펼치고, 국민을 위한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현실에서 ‘간신은 역사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인 동시에 정치적 현상이다.’(318쪽)란 말이 가슴을 콕콕 꼬집는다.
과거 중국 역사에서 절대군주를 통해 그 간신들이 힘을 발휘했다면 현재는 그 간신들이 국민의 이름을 내세우고, 일부 언론의 지원을 받아 힘을 떨치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역사 속에서 그 누구도 역사의 심판에서 자유로운 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훈이 되어야 할 텐데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인간이 지닌 욕망의 끝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반복적인 현상이 되풀이되게 만든 역사에 덧없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의 권력이 영원하지 않았음을 잊지 말고, 이런 간신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사회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이런 사례를 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