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문학동네 청소년 1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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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소설의 제목처럼 우리들의 나라는 아름다울까? 하루하루 쫓기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이란 단어는 그냥 단어일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내 때보다 더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나보다 더 많은 자유와 아름다움을 누리고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쫓기듯이 절대공부를 추구하고 있다.  

 

 

 절대공부란 단어는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웃었던 장면에서 나온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절대반지의 패러디다. SKY산을 오르는 골룸이 가지고자 한 절대공부, 하지만 정상에서 주어진 것은 참 잘했어요 도장. 웃음이 입가에 걸리고, 이 속에 담긴 의미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처럼 이 소설은 우리의 교육문제에 대해 엄숙함을 벗어던진다. 물론 이 소설의 배경은 암울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말 대단하다. 아니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세계화란 이름으로 전 지구적으로 펼쳐진 현상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밤에 일어나 아침이라고 말하고, 등교하고, 출근한다.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시간과 맞추기 위해서 대통령 등이 정했다고 한다. 야당은 소수당이니 거대야당이 이를 승인했다. 밤낮이 뒤바뀌었다. 이전 같으면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것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학생들의 머리에 씌워진 시계모자다. 공부 잘하게 도와주는 기계라고 하는데 어떤 기계가 부작용이 없겠는가? 그것이 뇌에 작용하는 것이고, 하루 종일 쓰고 있다면. 이런 시대적 상황적 배경을 바탕으로 중3 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 괴상한 시대를 이야기한다.   

 

 시계모자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모임이란 것을 만들어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 전교생 대부분이 착용하고 있는 시계모자를 이들은 거부한다. 나머지 아이들이 전자파에 압도되어 자신을 잃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이 모임을 만들었던 이카루스 기우는 어머니가 죽고, 고위직 아버지 자리가 위태하자 친구들을 버리고 시계모자를 썼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강화학교란 곳으로 끌려가고, 그 후 탈출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벽을 깨부수고 넘기 위해 변한다. 지하도시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시계모자를 벗고, 정신을 조금씩 차리게 되지만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미지의 존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미지의 괴물은 그 자신이다. 시계모자 때문인지 부작용을 경험하는 그의 모습은 마지막 장면을 위한 포석이자 결국 자신이 극복해야할 존재도 그 자신이란 평범한 사실을 알려준다.  

 

 300쪽에 많은 이야기를 담기는 사실 힘들다. 시대 설명도 해야 하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생명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조금 허약한 전개와 진행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펼쳐 보여주는 세상은 끔찍하다.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 현실을 생각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판타지란 외피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한국의 현실이기에 더 공감한다. 부분적으로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어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작년 촛불시위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이전부터의 작업 연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의 행동력과 기발한 착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뿌듯함과 즐거움을 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행동하는 청소년과 시민단체에 박수를 보내지만 학생에게 언제나 정의니 윤리니 솔선수범을 외치는 선생들이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여줘 안타깝다. 실제 현실에서도 선생들은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몇몇 행동하고 실천하고 노력하는 선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현실 속에 안주하고, 방관자로, 혹은 권력에 기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선생 중 한 명을 제외하곤 거의 등장시키지 않는다. 아니라고? 그럼 다행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면 이 소설이 결코 판타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희망을 보여주지만 그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눈을 크게 뜨고, 천 개의 눈을 가진 신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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