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91
도바 료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먼저 청색의 수수께끼를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를 못했다.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인 순서대로 읽기가 요즘 많이 깨어진다. 뭐 이 추리 단편선의 경우 순서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왠지 출간 순서대로 읽고 싶어진다. 뭐 이미 흑색을 먼저 읽은 상태인데도 말이다. 몹쓸 집착이다. 이 집착 때문에 아직 시작하지 못한 작품들이 한두 권이 아니다. 언젠가 고쳐지려나?  

 

 이번 단편선도 모두 분량이 제각각이다. 사실 이 단편선을 읽으면서 조금 불만인 점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괜한 투정을 부린다. 그리고 모두 네 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분위기와 다루고 있는 방식이 다르다. 이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네 작가 중 예전에 접한 작가는 단 한 명 있다. <뇌남>의 작가 슈도 우리오다. 아는 작가를 만났을 때 괜히 반갑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뇌남>과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일까? 그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사령의 손>은 중간에 범인을 파악했다. 이미 이와 같은 구조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 추리소설인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서 분위기만 잘 조성한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트릭이나 범인 찾기는 조금 약하다. 검도 3단을 보유하기 때문인지 검도 소설이 많다고 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다. 이 소설에서도 살짝 검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검찰수사 특별편>은 상당히 선이 굵다. 각성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찰과 검찰과 마약 수사관들의 이야기가 힘 있게 다루어진다. 굉장히 남성적일 것 사회에 여 검사를 등장시킨 것도 재미있지만 그들의 내부 알력과 음모가 재미있다. 한 남자가 감옥에서 풀려나오는 것에서 시작하여 긴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좀 더 살을 붙인 후 조직 간의 갈등을 키운 후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갔으면 대단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920을 기다리며>는 초반에 조금 심심했다. 중반까지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심리대결이 펼쳐지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10년 전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긴박감은 즐겁다. 영화나 연극으로 바꾸어도 멋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설은 언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때때로 공포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 단편에서 920으로 불리는 존재가 그렇다.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는 920이란 존재가 끝까지 호기심을 불러온다.  

 

 <방탕아의 귀감>은 선입견을 조심해야 한다. 섬세하게 읽어야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지는 반전은 방탕아들의 존재가 강하게 부각된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인간이 가지는 욕망과 흥분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는 점은 흥미롭다. 숨겨져 있던 욕망이 갑자기 드러날 때의 기쁨과 피지배자에서 지배자로 바뀌는 순간의 강한 흥분과 기대감은 시간을 초월하여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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