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라디오 존 치버 단편선집 1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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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존 치버란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불릿파크>란 장편이 호평을 받았기에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소개 글을 보니 레이먼드 카버와 함께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카버의 소설들이 나의 독서법과 맞지 않아 조금 고생한 기억이 있지만 작가의 명품 컬렉션이란 광고 문구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만난 것은 나의 예상과 너무 다른 현실들이다. 이 단편선집이 네 권 나왔는데 아직도 개인적으로 그에 대해 적응 중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기괴한 라디오란 제목에서 조금은 환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다. 이런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물론 <기괴한 라디오>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것을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시민과 중산층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삶이 결코 낭만적이지도 환상적이지도 풍요롭지도 않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 중산층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다. 물론 대공황 시대를 다루었다면 이해한다. <분노의 포도>에서 그 처절한 삶을 이미 읽었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 소설 대부분은 그 시절 이후다. 나의 상식과 조금 동떨어진 묘사와 서술이 뭉뚱그려 표현된 미국 중산층 집단이 아닌 개인을 돌아보게 한다. 아마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섯 편의 단편이 있다. 이 단편들 모두가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면 거짓말이다. 나의 몸 상태나 삶의 경험이나 그때그때의 집중도에 따라 조금씩 몰입하는 것이 바뀌었다. 초반에 집중력을 잃다 후반에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것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갑자기 끝나면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 고민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시선을 더 끈 것은 역시 다양한 현실 속에 놓인 개인들이다. 완고하고 괴팍한 동생이나 그냥 그런 일상이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이루지 못한 사랑이나 자선을 받는 입장에서 베푸는 입장으로 돌아서는 사람 등이 작가의 섬세한 문장 속에서 숨겨져 있거나 돌출되어 나타난다. 그 하나하나가 어쩌면 우리의 삶일 것인데 미국이란 환경 때문인지 쉽게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이것은 상당히 아쉽다. 나의 부족함 탓이다.  

 

 현재 느끼기에 존 치버란 작가는 아직 나에게 문을 완전히 열어주지 않았다. 매일 기침을 하고, 출퇴근길에 붐비는 전철에서 읽다보니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순간 몰입에 빠지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준다. 아직 그와 나는 호흡을 맞추지도 못했다. 언제 그와 호흡이 맞는 날이 오면 아마도 정신없이 그를 찬미할지 모른다. 부드럽게 읽히고, 솔직한 감정을 담아내는 그 글들이 행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올 것이다. 그때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 작가의 다른 단편을 한두 권 더 읽고 난 후 그와의 궁합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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