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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관심을 둔지 오래되었다. 다른 읽을 책이 많기도 하였지만 쉽게 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손에 들고 열심히 읽었다. 왠지 모르게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아마 책 소개에서 ‘향수’와 비견되는 작품이란 평 때문인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향수’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고 얼마 전 영화로 보면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책 소개 때문인지 모르지만 첫 부분을 읽을 때부터 ‘향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특이한 삶을 다룬다는 것에서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두 소설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풀어가는 방식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향수’가 향수를 위해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다면 이 책은 살인 자체를 싫어한다. 공간도 전작이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는 반면에 이 책은 한 지역에 협소하게 파묻혀 있다. 번잡한 도시와 좁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사랑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인물과 사랑의 감정으로 충만한 인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요하네스 엘리아스 알더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에쉬베르크는 집성촌이다. 그가 사랑한 여인 엘스베트나 그를 사랑하는 페터나 모두 그의 사촌이다. 이런 외형적 관계와 상관없이 그를 사로잡고 사로잡힌 인물들과의 관계는 소설의 중심축이다. 엘리아스가 죽는 것도 이 둘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와 음악에 대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도 오르간을 그 누구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연주할 줄 아는 엘리아스의 능력은 천재란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한다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 재능도 좁은 지역과 사로잡힌 사랑의 감정 때문에 찬란하게 빛을 발하지 못하니 정말 안타깝다.
엘스베트에 대한 엘리아스의 사랑을 다룬 대목을 보면 그가 집착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떠돌이 엉터리 설교사의 “사랑하는 사람은 잠들지 않는다”라는 말에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은 그가 지닌 강박관념을 잘 드러내어준다. 사랑하는 엘스베트를 생각하며 연주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문장과 장면으로 가득한데 그 재능을 가장 아름답고 벅차오르게 표현된다. 특히 마지막 연주 장면은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지는 못하지만 그 상황에 빠져들어 그의 재능에 찬사를 보내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실제 구현한다면 어떤 음악일까? 악보로 남겨진다면 누군가 연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등등.
재미난 장면도 보이고 그 재능에 부러움과 놀라움을 가지지만 책 속에 지속적으로 집중하지는 못했다. 시대와 공간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묘사 때문인지 약간 답답함을 느낀다. 절제된 듯한 상황과 전개는 다음 기대를 높여주지만 그 기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능이 절정으로 표현된 장면에서 이어지는 사족 같은 설명들은 약간 지루하기도 하다. 그 설명들이 그 시대와 그 인물에 대해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기보다 겉도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