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 스톤 -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보물
제이슨 굿윈 지음, 박종윤 옮김 / 비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2007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은 사실 나와 맞지 않았다. 정통적인 탐정 역을 야심이 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서평을 쓰기가 힘들었다. 결국 중단했다. 어쩌면 그 당시 내가 읽던 책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읽으면서 이전과 다른 재미를 누린다. 특히 초반 100쪽까지는 이스탄불의 풍경과 야심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정말 매혹적이다. 다시 그의 전작을 읽고 싶을 정도다.  

 

한 남자가 공격당한다. 누군가 쓰러진다. 르페브르가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그리고 야심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그냥 있으면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묘사는 나중에 남자와 여자의 중간에 위치한 환관인 그의 존재의 중립성과 묘하게 어울린다. 이후 야심과 르페브르가 폴란드 대사 팔레브스키를 통해 만나게 된다. 그는 야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밤 그를 찾아온다. 공포에 휩싸여서 말이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망치고 싶어 한다. 야심은 배편을 구해준다. 그런 그가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그 당시 미묘하고 복잡한 터키 사정으로 인해 만약 그가 살인자로 의심 받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그가 비록 술탄 마흐무트 2세의 총애를 받는다고 하여도 말이다. 거기에 술탄은 병 때문에 생명이 위험하다. 이 힘든 상황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시간은 없고, 알 수 없는 그리스 비밀결사 헤티라라는 조직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어떤 비밀과 음모가 존재하는 것일까?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존의 추리소설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재미를 누릴 수 없다. 빠른 속도로 단숨에 읽을 수도 있지만 작가가 문장으로 보여주는 이스탄불의 과거를 즐길 때 그 재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터키 인과 그리스 인들과 몰락하는 터키 제국을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한다. 그리고 풍부한 역사 속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두면서 발걸음을 떼야 한다. 이 이야기들이 단서이자 트릭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이것을 몰랐기에 전작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이번 작품도 뒤늦게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이스탄불의 현재와 과거가,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역사 속 유물과 전설이 풍부하고 섬세한 배경으로 그려진다면 야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은 단단한 뼈대가 되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연 헤타라는 어떤 조직이며,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것일까? 갑자기 나타난 르페브르 부인 아멜리에는 어떤 인물일까? 그 살인사건들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이런 의문들은 뒤로 가면서 하나씩 해결된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것은 역시 나의 과도한 기대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 자신이 읽으면서 만들고 예측하면서 생긴 전개와 다른 모습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이 소설에선 아쉽게 느껴진다. 다른 팩션에서 본 큰 반전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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