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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평점 :
아시모프의 소설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었다. 처음 접한 것이 <파운데이션> 시리즈였다. 그 당시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상당히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읽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로봇 시리즈 중 몇 권을 더 읽은 기억이 있는데 <벌거벗은 태양>외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로봇공학 3원칙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주 만나면서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 3원칙을 배태한 단편이 이 작품집이라니 읽으면서도 감회가 새롭다.
이 단편집은 그의 첫 작품인 <로비>를 비롯하여 총 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연대순인데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 로봇의 발전사를 알 수 있다. 단순한 목적으로 이용되던 로봇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으로 세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까지 말이다. 이런 발전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자 작가의 인식과 이해가 깊어짐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가끔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이나 너무 도식적이고 확정론적인 모습과 원자력과 기술에 대한 확신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홉 편의 이야기 중에서 눈길이 가는 몇 작품이 있다. 생각하는 로봇 큐티와 마음을 읽는 거짓말쟁이 허비다. 큐티가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를 종교에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창조한 존재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존재인 에너지 전송장치를 자신의 창조자로 믿는 모습은 기독교에 대한 은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성과 존재의 증명보다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에 집착하는 큐티의 모습에 광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부 신도들이 겹쳐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 것일 수 있다.
허비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관심이 간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말해주는 허비를 보면서 인간들이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들으면 좋아하고, 늘 그런 이야기를 듣기 바란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은 자신에겐 진실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선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허비를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바람이 깨어진 사람들이 늘 하는 남 탓하기를 보는 듯해 약간 씁쓸하다.
이 두 편을 제외하고도 재미난 이야기는 많다. 한 편 한 편이 그 자신이 만든 로봇공학 3원칙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상황들은 그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이 즉흥적이고 단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다. 물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로봇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로봇을 만든 회사의 직원들인 수잔 캘빈 박사와 파웰과 도노반 등이다. 이들이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만나게 되는 로봇들은 점점 발전한다. 그들은 한 개인을 넘어 이제는 인류를 위험에서 구하려고 한다. 이 낙천적인 기대는 어쩌면 자신이 세운 로봇공학 3원칙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