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책 첫머리에서 아이가 화성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가 왜 자신을 화성인으로 생각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 아이 데니스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주면서 작가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데니스를 입양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근데 이 과정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데니스의 과거와 수많은 이력들은 작가 자신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첫눈에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느낀 그지만 현실의 진행은 결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이 진행 사항을 작가는 결코 무겁지 않게 그려내면서 한 화성아이를 지구인으로 돌려놓는다.

 

입양. 아직 우리의 풍토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은 논외로 하고, 게이인 작가가 아이를 입양하고, 자신과 데니스의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에 집중하자. 입양을 두고 자신과 사회복지사의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문장 “그들은 다만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에서부터 느낌이 팍 왔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과 아이를 단순히 일로써 입양시키려는 사람의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깊이 생각하면 일이기 때문에 좀더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뒤에 가면서 작가가 느끼는 불안과 현실에서, 데니스가 거쳐 온 삶의 모습에서 더 명확해진다.

 

작가가 과잉 행동 장애, 알코올성 태아 증후군, 정서 학대, 신체 학대를 겪은 데니스를 입양하기 전후에 느끼는 불안에서 입양을 둘러싼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를 간절히 원해 입양을 한 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를 포기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러니 사회복지사가 일로서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감정은 늘 이성보다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다. 냉정하게 현실의 이런 저런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그들의 접근 방식에 순간 울컥한다. 그리고 작가의 불안감과 아이와의 벽을 조금씩 없애는 과정을 통해 성공의 한 사례를 보게 된다.

 

책은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양 전의 진행사항과 입양 후 행복하기만 했던 때와 2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힘겨운 시기다. 진행사항은 앞에서 많이 이야기 했으니 제외하자. 입양 후 그와 아이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게이 아빠와 살면서 가족이란 것에 적응하는 모습은 행복 바로 그 자체로 보인다. 중간 중간 조금씩 마찰이 있지만 품어져 나오는 행복이 멈추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심하게 변한다. 바로 이때가 2년이 될 무렵이다. 이 2년이란 단어에 아픔이 묻어있다. 데니스는 작가를 만나기 전 어디에든 2년 이상 머문 적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이 행복이 언제나처럼 2년이 지나면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가방을 싸고, 아빠의 소중한 물건을 부수고, 불안한 마음을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 순간을 지금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부터 아려온다. 읽을 당시는 그냥 아픈 정도였는데 지금 다시 그 문장을 읽으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8살 아이가 느낀 그 2년이란 시간에 말이다.

 

작가의 이력 때문에 가끔 나오는 sf작가들은 반가웠고,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작가가 아이를 입양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나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도 생겼다. 미국에서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 듯한데 나 자신도 어린 시절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와 우리나라 아이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픔은 데니스의 과거 속에서 강하게 품어진다. 작가가 느끼는 입양으로 가족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문장이 소설 속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어 준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선택이어야 한다. 헌신은 양방향에서 오는 감정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양은 그저 또 다른 시설, 또 다른 살 곳에 불과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입양이 특별하길 원했다. 테니스도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이를 원하는 만큼 데니스도 나를 원하길 바란다.”(67~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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