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본즈 모중석 스릴러 클럽 16
캐시 라익스 지음, 강대은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본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만약 이 책이 두 번째 작품이었다면 아마 첫 번째 작품인 <본즈 : 죽은 자의 증언>을 읽은 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스카페타 시리즈를 순서에 상관없이 본 적이 있고, 두 작품 사이에 많은 작품이 있어 주저 없이 이 소설을 선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의학과 고고학이 만났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하였다. 몇 년 전 제임스 카메룬이 예수의 무덤을 발견하였다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을 기억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법의학을 다룬 수많은 장르가 있다. 그 유명한 스카페타 시리즈와 링컨 라임 시리즈를 비롯한 소설부터 드라마 CSI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그 사이 사이에 엄청난 수의 법의학 관련 소설이 있다. 그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장르문학이 비교적 약한 한국에서 연속으로 출간된다는 것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자 어느 정도 우리와 맞는 점이 있다는 의미다. 이 이유에 동의한다. 세계화가 되면서 인터넷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 드라마를 보고 즐기는 요즘 흥행이 되지 않으면 다음 시즌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시즌 4까지 나온 것을 보면 그 재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다.

 

소설에 집중하자. 법의학과 고고학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완전히 생소한 것은 아니다. 팩션이 주는 재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에 음모나 새로운 가정을 도입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과정을 통해 가정에 신뢰성을 부여하고, 그 학설을 용납하지 못하는 세력과의 충돌로 긴장감과 흥미를 고조시킨다. <다 빈치 코드> 이후 하나의 공식처럼 많은 소설들이 답습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데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을 밟지 않는다. 음모론이나 새로운 악당을 등장시키기보다 고고학적 발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의학적 지식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흥미를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심어놓을 수도 있지만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다보니 약간 밋밋한 감도 있다. 그러나 좀더 신뢰가 생기고,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로 빠른 속도로 읽힌다.

 

이야기는 한 유대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의문이 있다. 일차 현장 검사에서 자살로 처리하였다. 하지만 시체의 두개골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전형적인 킬러의 살인 방식과 닮았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이 시체가 죽은 원인을 알려주는 이상한 한 장의 사진을 넘겨받는다. 여기서부터 법의학과 고고학이 만난다. 그 사진은 마사다 유적을 찍은 것이다. 이 사진 속 유골이 예수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만나게 되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옴에 따라 사건의 무대는 이스라엘로 옮겨진다. 이야기는 법인을 찾는 것도 있지만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팩션과의 조용한 결합을 시도한다. 과연 그 유골은 예수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작가는 계속 묻고, 의문을 제시하고, 이 발견을 둘러싼 의미를 말하며 새로운 적을 암시한다. 이야기의 무게가 한 남자의 살인자를 찾는 것에서 유골의 정체로 옮겨진다. 그리고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과 발견과 의문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전체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 엄청난 트릭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다 빈치 코드>처럼 세상을 뒤흔들 학설을 음모론으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유골이 있는 현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법의학 지식과 추론은 법의학 문외한도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에 예수의 유골을 둘러싼 논쟁은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빠르게 읽히고 재미난 소설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세 종교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 유골에 대한 답을 미루어 놓고, “역사적 사실들을 세 종교가 선호하는 정통 신앙에 짜 맞추기 위해 다르게 해석하고 모순된 사실들은 부정했다”고 지적하는 수준으로 강도를 낮춘다. 이 덕분에 마지막에 강한 뭔가를 기대한 독자로 하여금 힘이 빠지게 만든다. 어쩌면 부정확한 학설을 따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인사건에 대한 긴 설명과 더불어 아쉬움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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