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강호동양학이란 이름이 조금은 낯설다. 강호와 동양학을 따로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둘을 붙여 놓고 보니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책 서두에 이 명칭에 대해 설명한다. 동양학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강호동양학이요, 다른 하나는 강단동양학이라고 말한다. 강단동양학은 대학의 강단에서 통용되고 인정받는 동양학을 가리킨다고 하니 그 밖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동양학이 바로 강호동양학이다. 강호에서 치열한 삶을 경험하게 되니 강호파가 강한 생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강호파의 일이다.

 

강호동양학의 삼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천,지,인 삼재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용어들에서 무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오랜만에 느끼는 분위기다. 저자는 이 삼대 과목을 축으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다. 그 속엔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도 있지만 다시 읽어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 자신이 이런 통계적 수치를 신봉하지 않지만 이야기가 묘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완전히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수없이 들은 이야기와 분위기이기에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흥밋거리로 읽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하나의 학문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잡은 이론이다 보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그가 사주는 확률이지 100퍼센트가 아님을 명심하라고 하지만 한 번 빠지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기가 힘든 것이 바로 이런 운명론이다. 수천 년의 세월동안 쌓인 데이터가 만들어낸 학문이지만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바로 여기서 도사나 기인이 등장하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두 이인 제산 박재현과 야산 이달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고수의 높은 뜻은 가슴에 새겨놓아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의 장점은 사주와 풍수 등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면서 현실과 이야기를 잘 섞어서 재미나게 풀어내었다는 점이다. 한,중,일 동양 삼국이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떻게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 알려주면서 현재의 명리학 주소를 알게 한다. 그리고 전설 같은 실화를 말하면서 신비로움을 고취시키고, 몇몇 사례를 통해 사주와 풍수의 영향력을 강조한다. 이런 이야기는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기울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점도 눈에 들어온다. 십간에 명왕성을 넣은 점이나 정여립 사건을 역사적 시점이 아닌 역술가의 시점으로 보면서 왜곡된 시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흥밋거리로 정여립 사건과도 같은 역사들을 말했다고 하여도 사주와 풍수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은근히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역사의 전면으로 나오게 노력한다. 이 부분은 역사를 보는 나의 관점과 너무 달라 순간 조금 흥분하기도 했다.

 

책은 조용헌의 멋진 이야기와 글 솜씨로 재미있게 읽게 만들고,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이보름의 그림으로 잠시나마 여유로운 생각에 잠긴다. 한때 살짝 관심을 둔 학문이기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비록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이야기들과 함께 저자가 풀어내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고, 놀라운 기인들의 행적에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궁금한 것 하나가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에 리(離)의 괘를 표시했는데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離가 한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불의 의미를 나타내는 괘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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